망상을 깨고 나면 익숙한 표정이 날 반겨
그 표정은 날 대한 최소한의 연막작전
숨기려 하는 건 못마땅함이란 감정일거고
내재된 예의로 감정을 앞서
하지만 어쩜 습관은 뻔해 이토록?
다음에 볼 땐 그 눈빛은 빨리 숨기도록 노력해
굳이 잘 보일 필요 없단 상대 앞에
절로 까딱거리는 아이폰 든 네 손목
스니커즈와 깔맞춤한 청바지에서
긴팔 위에 걸친 니트 조끼까지
하루도 같지 않을 듯한 네 스타일에서
난 어렴풋이 네 처세의 가칠 봤지
하지만 날 대할 때 어느 누가 애써?
흔하디 흔한 옷 입고 스치듯 만나겠어
더 할 말 없으면 간다며 뒤를 도는
너의 집업 후드 위에 적힌 이름, 마크곤잘레스
온갖 세상 걱정 다 달고 사는 나를
신기함 또는 안쓰러움으로 보는 자들
그 사이에 네 위치가 어딘지 가늠하긴 쉬웠어
직접 내리꽂히는 말들
"난 너가 왜 인생에 크게 영향 주지
못할 일들 가지고 그러는지 모르겠어"
하긴 네 인스타엔 큰 일 있든지 없든지
일상 사진 올라가는데 어련하시겠어
물론 나도 SNS 좀 해봤지
하지만 못 따라가겠어 그 문화까진
재밌다고 다 찍는 챌린지 영상으로
받는 팔로워에 재미 못 보는 게 비정상인가 봐
벌써 이해는 충분히 됐어
하지만 이해와 동경은 전혀 다르댔어
오늘도 어김없이 스쳐 지나가는
너의 가방 뒷면 위에 적힌 이름, 마크곤잘레스
너의 그 두 손엔 뭐가 들려있어?
내 이상향과 현실이 갈마드는 여기선
사탕 발린 잠깐의 만족감 후 공허해지는
유행의 막대기는 부서진 채 묻혀있어
나머지 하난 그리 되지 않길 원해
하지만 듣던 너는 일어나서 바지 털어내
같은 말만 하다 먼지 쌓인 내 옆엔
내 생각과 짝맞는 이의 좌석 따윈 없었네
잘 골라낸 4장의 사진 안에
너가 그들과 함께 붙은 유리창 지날 때
그 거리에서 난 또 기시감에 놓여
모두의 눈에 너희들과 난 똑같지 않게 보여
필터로 씌워진 반짝이 가면이
아스팔트에 빛나는 유리 조각 대신 눈을 가려댔어
하지만 또 다시 베일에 싸여진다 해도
아직 명확한 이름, 마크곤잘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