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궁 가자고 토끼 구슬리는데

박양덕

아니리
별주부가 “아닌 게 아니라 참말로 좋오 좋아 발 맵시도 오입쟁이로 생겼고 풍선 또한 그렇소 그런디 니간에 화망 살기가 있어 세상에 있고 보면 죽을 지경을 꼭 여덟 번 당하겠오.” “어, 그 분 초면에 방정맞은 소리 허는구만 아니 내 모양이 어찌 그렇게 생겼단 말씀이오.” “내 이를 테니 한 번 들어보시오.”

잦은모리
일개한토 그대 신세 삼춘구추를 다 지내고 대한엄동 설한풍의 만학에 눈 쌓이고 천일봉에 바람이 치워 초목실 없어질 제 어둑한 바위 밑에 고픈 배 틀어잡고 발바닥만한 할짝할짝 던진 듯이 앉은 모양 초회왕의 원혼이요 일월고초 북해상 소중랑 원혼이오. 거의 주려 죽은 토끼 새우등 구부리고 삼동고생을 겨우 지내 벽도홍행 춘일월에 주린 구복을 채울랴고 심산중곡을 찾고 이리저리 지낼 적에 골골히 묻힌 건 목달개 암닭이 봉봉이 선난건 매 받는 응주로다 목 달개 거치게 되면 결항치사가 대량대량 제수고기가 될 것이요. 청천에 떴난 건 토끼대가리 덮치려고 우그리고 하는 거동 제실 가도 휘여 들어 모릿군 사냥개 음산 골로 기어올라 펴긋펴긋 뛰어갈 제 토끼 놀라 호드득호드득 수월자 매놓아라 해동청 보라매 귀두리매 빼주세 공작이 마루도리 당사저고리 방울 떨쳐 쭉지끼고 수루루루루루루 그대 귓전에 양발로 당그렇게 집어다가 꼬부랑한 주둥이로 양미간 골치대목을 꽉꽉꽉 허 그 분 방정맞은 소리 말래도 점점 더 하는데 그러면 내가 게있겠대요 산중동으로 돌지 중동으로 돌며느 송하에 숨은 포수 오는 토끼 놀랴고 불 다리는른 도포수 풀감토 부상을 입고 상사 배물에 하물 조총 화약 답사실을 얼른 얹어 한눈 째그리고 반만 일어 서서 닫는 토끼 찡그려보고 꾸르르르르르르 꽝 허 그 분 방정맞은 소리 말래도 점점 더 하는데 그러면 위가 더 있겠대요 훤헌들로 내리제 들로 내리면 초동목수 아이들이 몽둥이 들어 메고 없난 개 호수리고 허리두둑 쫓는 양은 선술 먹은 초군이요. 그대 간장 생각허니 백등칠일 곤궁 한태조 간장, 적벽강상 화진중 조맹덕 정신이라 거의 주려 죽을 토끼 층암절벽 석간틈으로 기운없이 올라갈 제 쩌른 꼬리를 샅에 쳐 요리 깡창 조리 깡창 깡창 접동 뛰놀제 코 궁기 쓴 내나고 밑 궁기 조총 놓니 그 아닌 팔난인가 팔난 세상 나는 싫네 조생모사 자네 신세 한가허다고 위 이르며 무슨 영으로 유산 무슨 영으로 완월 아까 안기생 적송자 종아리 때렸다는 그런 거짓부렁이를 뉘 앞에서 내어습나.

아니리
토끼가 듣고 “여보시오 별주부 아닌게 아니라 당신 참 말로 관상 잘 보시오 내 팔자가 영락없이 그 꼴로 생겼오 그런디 내 팔자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수궁 흥미는 어떠시오” “우리 수궁 흥미 좋지요 수궁 흥미 반겨 듣고 가자하면 마다 할 수 없고 내가 업고 가자니 한 등짐 할 수도 없으니 애당초 듣지도 마시오” “여보시오 내가 당신 말 듣고 따라가면 쇠 아들놈인께 어서 이르시오 들어봅시다” “그럼 내가 이를 테니 들어보시오”

진양
우리 수구 별천지라 천야지간에 해위최대하고 만물지중에 신위최령이라 무변대해에 천여칸 집을 짓고 기둥 호박 주초 주란화각이 반공에 솟난디 우리 용와 즉위하사 만조귀시허고 백성에게 안덕이라 앵무병 천일주와 천빈 옥반 담은 안주 불로초 불사약을 싫도록 먹은 후에 취흥이 도도할 제 적벽강 소자첨과 채석강 태백 흥미 예 와서 걸었은 들 이 세상이 왜 있으리 채약하던 진시황과 구선허든 한무제도 이런 재미를 알았던들 이 세상에 있을손가 잘난 세상을 다 버리고 퇴서방도 수궁을 가면 훨씬 벗은 저 풍골에 좋은 벼슬을 헐 것이요 미인미색을 밤낮으로 데리고 만세동락을 헐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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