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는
바닷가 위 절벽에 있었습니다.
예부터 마을을 지켜준다고 여겨
사람들은 이 나무를 신성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일을 위해 마을 사람들은 모두
나무 아래로 몰려가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치성을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부디 도깨비장난을 멈춰주소서.
마을에 변고가 없게 하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이 간곡한 소리가 절벽 아래 바다를 지나
용왕님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용왕님은 다급히 거북 대신을 불러들였습니다.
“사람들이 갑자기 왜 저렇게 간곡히 치성을 올리는 것이냐?”
거북 대신은 뭍에 오가며 들은 얘기를 소상히 전했습니다.
“집을 샅샅이 헤집어 놓고 작은 물건들을 가져갔다?
거참 해괴한 일이로다......”
용왕님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 바닷속 정원을 거닐었습니다.
그러던 중 막내 공주의 처소 근처를 지날 때였습니다.
창틈으로 보이는 막내 공주의 머리칼에
새빨간 댕기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우리 용궁에 저런 물건이 있었나?”
발걸음을 옮겨 가까이 다가간 용왕님은
그 댕기가 인간 세상의 물건임을 바로 알아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앉아서 거울을 보는 막내 공주의 옆에
갖가지 인간 세상의 물건이 쌓여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게 다 무엇이냐?!”
용왕님의 벼락을 치는 듯한 호령 소리에 놀란 막내 공주가
뒤를 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