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즈음에는 마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집집마다 도둑이 나타나서
온 집안의 물건을 다 헤집어 놓고 다니지 뭐예요?
부잣집이든 가난한 집이든 가리지 않고
아수라장이 되어있는 집들이 늘어갔어요.
구석구석 잘 정돈되어 있던 온갖 살림살이들이
모두 나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가끔 물건이 없어지기도 했지요.
물건은 꼭 값비싼 것뿐 아니라
아주 허름한 것들도 사라지기 일쑤였어요.
“아니, 이 집에 가져갈 게 무어가 있다고
하나 남은 은비녀를 훔쳐 가다니!”
“우리 집은 촛대가 사라졌다오.
달랑 하나 있던 촛대가 없으니
이제 당장 밤에 삯바느질마저 할 수가 없다오.”
“대체 그 낡아빠진 걸 어디에 쓰려는지
글쎄, 놋그릇만 덜렁 가져갔다니까?”
사람들이 순서를 정해서 돌아가면서
보초를 서보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밖에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나서
다급히 들어가 문을 열어보면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자 참다못한 사람들은
원님을 찾아가서 하소연을 했습니다.
“이것은 필시 도깨비장난이 틀림없습니다!
저희가 소리가 나자마자 문을 열어보았는데
방 한가운데 물건들만 어질러졌을 뿐,
누구 하나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요!”
원님도 골머리가 아파왔어요.
“이 무슨 해괴한 일이란 말인고......?”
아무도 해결방안을 찾지 못할 때,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나서서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의 소행이 아닌듯하니
신령님께 치성을 드려봄이 어떻겠소?”
아무 방법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두 그렇게 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