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에 절은 선풍기에선 뜨거운 바람이
무거운 한숨처럼 철창 새를 빠져 나오고
계절이 바뀌어도 갈 곳이 없는 전기장판은
둘둘 말아져 그 곁에
열린 듯 닫힌 문으로 똑똑 계시나요?
반가운 목소리 메아리인 양 울려 퍼지고
딱히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던 나는
환한 미소로 반기네
사람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또
사람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그 동안 잘 지냈죠? 안부를 묻는 그대가
또 하루를 살게 하네요
불이 꺼진 창문 틈으로 스며든 달빛이
찢어진 벽지 위로 연극처럼 조명 비추고
방구석 한켠에 우두커니 선 추억들이
하나 둘 늙은 배우처럼 무대 위로
밥 먹어라 어서 와라 다 식겠다
엄마의 목소리 메아리인 양 울려 퍼지고
보골보골 두부 된장국 끓는 소리에
아아 눈물이 흐르네
세상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또
나를 나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괜찮아요 힘내요 손잡아 주는 그대가
또 하루를 살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