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시 퉁소 산조

중모리

유성기 음반에 퉁소산조와 대금연주, 민속기악합주 등을 남긴 정해시에 대해서는 음반 이 외에 달리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1930년대에 녹음된 여러 유성기 음반에서 심상건, 한성준 등 당대 제일의 음악인들과 함께 활동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정해시의 음악 역량을 짐작해 볼 뿐이다. 이 밖에도 정해시의 음악은 콜럼비아, 풀리돌, 빅타에 의해 퉁소 및 대금음악이 전한다. (빅터 유성기 원반 시리즈(8)-30년대 기악합주 선집 참조)
퉁소는 단소와 모양이 흡사한 관악기로 정악용  퉁소와 일명 퉁애로 알려져 있는 민속악용 퉁소 두가지가 있다. 고려시대 이후 궁중음악에 사용되어 온 정악용 퉁소는 지공이 뒤에 1개, 앞에 5개 있으며 민속악용 퉁소는 지공과 취구 사이에 갈대청을 붙인 청공이 있다. 그런데 최근 한 조사연구에 의하면 민속악용 퉁소의 경우 지공의 수와 관의 길이 등은 일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범수 명인의 퉁애는 청공 1, 지공이 6개 있는데, 그 중에서 제1공과 4공이 뒤에 있으며, 북청사자놀이에 사용된 퉁소는 청공이 1, 지공이 5이고 이 밖에 허공의 수는 일정한 원칙이 없이 1-2개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속악용 퉁소는 주로 민속기악합주 및 독주에 사용되어 왔으나 근래 들어서는 그 사용이 현저히 줄어들어서 ‘북청사자놀음’ 이외의 공연장소에서는 듣기 어렵게 되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송천근, 유동초, 편재준, 한범수 등이 퉁소연주에 빼어났다고 전하지만 그 음악의 전승은 단절된 실정이다.
음반에 남아있는 퉁소음악은 빅터 KS-2007에 유동초의 산조 중모리가 있는데 이 산조의 음악적 내용은 이진원에 의해 분석된 바 있다.(이진원 “유동초 퉁소산조의 선율분석” ‘한국음반학’ 제2호, 1992). 또한 유동초의 퉁소산조는 1957년에 한범수에 의해 재현된 바도 있다.
이와 같은 퉁소음악의 전승 상황에서 이번 정해시의 퉁소산조 음반의 소개는 지금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퉁소산조 연주가의 발굴이라는 점과 산조음악의 형성시기에 구멍을 반쯤 막고 부는 반규법이 많아 연주가 까다로운 퉁소로 음악성이 제대로 구비된 퉁소산조를 연주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세 음악사 연구에 귀한 자료로 활용되리라 기대된다.
-  송혜진(음악평론가)

원반: Victor KJ-1081-A(KRE 127) 중모리
녹음: 1936.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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