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방안 깊숙이 늘어진 노을
꽤나 낮아진 해가 저물어갈 때쯤
늘어진 몸을 세워 일으키고
늘 걷던 그 길 따라
내딛는 나
눈감고 발을 떼도 흐트럼없이
걸을 수 있을 만큼 익숙한 이 길에
나도 몰래 입가에 걸린 웃음
작은 위로의 시간
서늘해 어디선가 속삭이듯 울리는 웃음소리
홀로 걷던 길 위에 느껴지는 누군가의 존재감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안 되잖아
나의 마지막 남은 안도야
이것마저 잃을 수는 없어.
수억의 방울진 새벽 안개를 얹고
작게 흥얼거리는 익숙한 노래도
밀어낼 수가 없는 그림자처럼 내 곁을 빙글빙글 도는 유령아
떠나가줘 사라져줘
귀를막고 고개를 흔들어 봐도
눈을 꼭 감고 깊은숨을 내쉬어도
떨쳐지지 않는 그림자처럼 내 곁을 빙글 도는
유령아
어디선가 속삭이듯 울리는 웃음소리
홀로 걷던 길 위에 느껴지는 누군가의 존재감
그럴리가 없잖아 그럼 안 되잖아.
나의 마지막 남은 안도야
이것마저
떠나가 내 곁에서 너라는 존재는 다 지웠으니
먼지 한 줌 만큼의 아쉬움 미련도 하나 없으니
둘이 걷던 거리에 남은 건 망령뿐
이젠 나만이 살아 있을 뿐
새롭게 다시 내딛는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