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밖에 비가 내리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빗소리가 나의 말소릴
살며시 뒤덮는 순간
나는 난파된 방 안에
갇혀 있었어
담요처럼 포근한 어둠
일렁이는 음악 아래서
너의 입술을 떠올리며
허공에 입을 맞췄어
나는 난파된 방 안에
갇혀 있었어
난 흘러가고 또 흘러가고 또
넌 흘러가고 또 멀어지고 또
난 흘러가고 또 흘러가고 또
넌 흘러가고 또 멀어지고 또
난 흘러가고 또 흘러가고
한번더 넌 흘러가고 또
멀어지고 또
끝없이 휩쓸려 가는
이 작은 공간 속에 난
무거운 기억에 잠겨
서서히 가라앉고 있어
오래전에 넌 여기서
벗어났는데
오늘이 마지막인 듯
세상은 물에 잠기고
네가 있던 그 자리엔
습한 공기만 남았어
두 팔을 벌려 널 안아보려 해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