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예쁘게 깎아
너를 떠올리며
그림을 그려간다
네가 도착하고
목도리를 푸르고
의자에 앉는 너를 바라본다
내 두눈에 너를 가득담고
연필을 쥐고
너의 모습을 그려간다
연필을 들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모습
천천히 감았다 뜨는 속눈썹
그림을 다 그리고 고백하고 싶은데
어젯밤 연습해보았던
좋아해라는 말
외국어처럼
말하기가 어려워 머뭇거리고
연필을 들고
나를 바라보는 너
사랑해라는 말대신
좋아해라는 말대신
너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내 표정으로 네게 말을 건네본다
네가 알아챌까
너를 향해 두근거리는 심장
캔버스에 숨기고
다시금 너를 쳐다본다
손가락이 떨려서
그리기가 어려워
다시 그려본다
비어있는 입술
네가 건넨 뽀뽀
나는 또다시 캔버스에 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