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어가
네 얼굴을
보고 싶어서 빨리
걷다가
지하철 도보 블럭 그 틈새에
걸려 넘어졌어
정신이 없는 거겠지
사실 너는 핑계고 내가 요즘 꼴이 말이 아냐
사랑은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거겠지
오늘은 어떻게 살았니
밥은 잘 먹고 다니니
밥은 먹고 다니냐
송강호의 연기는 인간적이지
인간을 잘 보여주는 연기라고 생각해
그가 최고라고 여기지는 않지만
최고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나와야 겠지
이게 과연 발라드인지 힙합인지 뭔지 모를
보컬의 가사로서 적당할까
아무튼 노래를 불러, 예 예.
싯구에 주제가 꼭 있어야만
흥얼거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삼 분을 그저 노래로만 채워
머리가 울려
방 안은 추워
요즘 가을 날씨는 환절기
감기약이라도 필요한 느낌이야
마음의 감기약
우리 모두는 마음을 잘 지켜야지
너무 돈 돈 거리지 말고
여유를 지키면서 걸어가자고
그래, 친구
처음에 사랑 어쩌고 시작한 라인은
그저 노래를 시작하기 위한 핑계였네
어떻게 끝났네
다른 얘기를 좀 시작할까
노래가 뭐라고 생각해
혹은 랩은,
혹은 글은 말야
감수성이라는 게 있다고 느끼니
그렇다면 다행이다 넌 좀
그래도 괜찮은 걸 거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때가 정말 최악이거든
그래, 정말 최악이지
어둠 속에 가만히 혼자 있어본 적이 있니
끔찍한 건 고독을 모른다는 점이야
내가 춥거나, 아프거나, 고통스럽다는 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그 때에
사람은 너무 외로워서
삶보다 그저 영원한 잠을 바라기도 해
바라기도 해.
잠을 바라는 건 나쁜 건 아니지만
살아낼 삶이 있다면
지겹도록 버텨내라고 말을 해 주겠어
오늘 하루는 고생 많았어
내일 하루도 또 고생하렴
이 새퀴야, 그래 그게 세상의 바퀴가
돌아가듯이 하루를 보내는 방법이야
흐릿한 하늘을 올려다 봐
담배 연기를 뿜어
금연을 권장해
지독한 암과 같은 삶에
지쳐 못이겨 손댄 거니까
술이라는 게
간을 망가뜨리는 만큼
망가진 마음을 대변하는 점에서
마실 뿐이지 그걸 좋아서 마시는 인간 따윈
없다고 해도 좋아
만약 그렇다면 인생을 그냥 덜 산 거거나
자기 안의 슬픔을 인정하지 않는 인간뿐이지
보도 블럭
거리를 걷다 보면 보이는
길 가의 쓰레기
사람들의 신발, 자국
횡단보도
널브러진 것들
갈 데 없어 거리로 나온 사람들,
누군가, 보호받지 못하는 늙은이나 어린 아이
집 없는 소년
한국의 거리에는 많은 것들이 있고
그래도 꽤 살만하다고 생각해
거리에서 살아봤던 경험,
그런 게 있는 사람은 알겠지
빈 허공에서
무언가 입을 열어 내용을 말하라는 게
참 어려운 이야기야
할 말이 없다는 것도
사실은 지독하게 알만큼 알고 있는 감정이고
자기 인생 얘기를 다 하는 인간은 없잖아, 그지
말 못할 이야기들이 있는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삶을 보냈다는 거겠지
당신의 이해는 필요 없어,
그 삶을 견뎌냈던 시간만큼이나 필요 없어.
굳었던 지난 시간을 해결해 줄
유일한 답이 있다면 그걸 찾겠어,
모두는 그걸 향해 나아가지
기독교인이라면 십자가,
그 너머를 위해 달려가지
통과해야 하는 길은 좁고, 길지.
넓기도 해.
많은 사람이 간다는 의미에서.
어렵기도 해, 지독하다는 뜻에서는
반드시 가야한다는 길은 삶은
이미 받은 것들을 지켜야 한다는 말은
주제 없는 주제,
내 주제에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
뚜렷한 소재도 없이 이렇게 이야기를 풀지만
그대는 알아듣고 있나
그대의 마음에는 비가 내리나
하늘은 뻥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오지 장마철
여름이나 겨울이나, 가을이나
추적거리는 비트의 울림
파전이라도 구워 먹을까
날이 추워 외투를 챙겼네
헛소리를 지껄이지만 다 같은 말이네
빙빙 돌고 있어,
차마 채 말할 수 없는 슬픔만이
가슴안에 맴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