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중모리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아마도 내 사랑아 네가 무엇을 먹을 랴느냐 둥글둥글 수박 웃봉지 떼띠리고 강능 백청(江陵白淸)을 다르르~ 부어 씰랑 발라 버리고 붉은 점 흡벅 떠 반간진수(半間眞水)로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당동지 지루지 허니 외가지 단참외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실헝 아마도 내 사랑아 포도를 주랴 앵도를 주랴 귤병(橘餠)사탕의 외화당을 주랴 아마도 내 사랑 시금털털 개살구 작은 이 도령 스느 디 먹으랴느냐 저리 가거라 뒷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러라 걷는 태를 보자 빵긋 웃어라 잇속을 보자 아마도 내 사랑아
아니리
'이 얘 춘향아 나도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날 좀 업어다고 '
'도련님은 나를 가벼워 업었지만 나는 무거워 어찌 업어요.'
'내가 너를 무겁게 업어 달라느냐? 내 앙팔을 네 어깨에 얹고 징검징검 걸어 다니면 그 가운데 좋은 일이 있지야'
춘향이도 아조 파급(破怯)이 되어 낭군짜로 업고 노난디,
중중모리
둥둥둥 내 낭군 오호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을 업고 노니 좋을 호자가 절로나 부용 작약 모란화 탐화봉접(探花蜂蝶)이 좋을시고 소상동정(瀟湘洞庭) 칠백리 일생보아도 좋을 호로구나 둥둥둥둥 오호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이 좋아라고
'이 얘 춘향아 말 들어라 너와 나와 유정허니 정자노래를 들어라! 담담장강수(淡淡長江水) 유유원객정(悠悠遠客情) 하교불상송(河橋不相頌)호니 강수원함정(江樹遠含情) 송군남포(送君南浦) 불승정(不勝情) 무인불견(無人不見) 송아정(送我情) 하남태수(河南太守) 의구정(依舊情) 삼태육경(三台六卿)의 백관조정(百官朝庭) 소지원정(消紙寃情) 주어 인정 네 마음 일편단정(一片丹情) 내 마음 원형이정(元亨利貞) 양인심정(兩人心情)이 탁정(托情) 타가 만일 파정(罷情)이 되거드면 복통절정(腹痛絶情) 걱정이 되니 진정으로 완정(玩情) 허잔 그 정(情)자 노래다.'
아니리
이렇듯 세월을 보내는디 사또께서 동부승지(同副承旨) 당상(堂上)하야 내직으로 올라가게 되니 춘향과 이도령은 헐 수없이 이별이 되난디.
중모리
도련님이 이별차로 나오난디, 왼갖 생각 두루헌다. 절잖허신 도련님이 대로변으로 나오면서 울음울리가 없지마는 옛 일을 생각허니 당명황(唐明皇)은 만고영웅이나 양귀비(楊貴妃) 이별에 울어있고 항우(項羽)는 천하장사(天下壯士)로되 우미인(虞美人) 이별에 울었으니 날 같은 소장부야 아니 울 수 있겠느냐! 춘향을 어쩌고 갈꼬 두고 갈 수도 없고 다리고 갈 수도 없네 저를 다려간다 하면 부모님이 금할테요 저를 두고 간다 하면 그 행실 그 기운에 응당 자결을 할 것이니 저 못보면 나 못살고 나를 못보면 저도 응당 죽을테니 사세가 난처로구나! 질 걷는 줄 모르고 춘향집 문전을 당도허니,
평중모리
그 때여 향단이 요염섬섬(妖艶纖纖) 옥 지겁에 봉선화를 따다가 도련님 얼른 보고 깜짝 반겨나오며,
'도련님 인자 오시나이까? 우리 아씨가 기다라오. 전에는 오시랴만 담밑에 예리성(曳履聲)과 문에 들면 기침소리 오시난 줄을 알겄더니 오날은 누구를 놀래 시랴고 가만가만이 오시니까?'
도련님이 속이 상하야 아무 대답을 아니허고 대문안을 들어스니 그 때여 춘향 어머니난 도련님을 드릴랴고 밤참음식을 장만허다 도련님을 반기보고 손뼉치고 일어서며,
'허허,우리 사우 오네! 남도 사위가 이리 아질자질 어여뿐가! 밤마다 보건마는 낮에 못보아 한이로세 사또자제가 형제분만 되면 데릴사위 꼭 청하지.'
도련님이 아무 대답없이 방문열고 들어서니 그 때여 춘향이난 촉하(燭下)의 침상(針箱)놓고 도련님 드릴랴고 엽랑(葉囊)에 수를 놓다 도련님을 얼른 보고 침상을 물리치고 단순호치(丹脣皓齒)를 열어 쌍긋 웃고 일어서며 옥수 잡고 허는 말이 ,
'오날은 책방에서 무슨 소일 허시느라 편지일장이 없었으며 방자가 병들었소? 나를 보면 반기하시더니 오날 이리 수심키는 뉘에게 나의 험담을 들었소? 사또께서 꾸중허시더니까? 답답허니 말좀 허시오. 게 앉지도 못허시오.'
약주를 과음허여 정신이 혼미헌가 입에다가 코를 대고 쌍긋쌍긋 맡어보며 술내도 안나는 걸 저녁 이슬의 새벽바람 실습을 과히 허셨는가 이마위에다 손을 얹고 진 듯이 눌러보며 머리도 안 더운걸 겨드랑의 손을 넣어서 꼭꼭꼭 찔러보아도 종시 대답을 아니허니,
중모리
춘향이가 무색하여 잡었던 손길을 스르르르 놓고 뒤로 물러나 앉으며 내색 섞어 하는 말이
'내 몰랐소 내 몰랐소 도련님 속 내 몰랐소,도련님은 사대부 자제요 춘향 나는 천인(賤人)이라 일시풍정(一時風情) 못이겨 잠깐좌정(暫間坐定) 허였다가 부모님전 꾸중을 듣고 수응하기 몸 괴로워 떼는 수가 옳다허고 하직을 하려 와 게신걸 속없는 이 계집은 늦게 오네 편지없네 짝 사랑 외즐거움 오즉 보기 싫었겠소 속이 진정 저러허면 누추하온 첩에 집을 오시기가 웬일이요 이치제 좋은 기구 책방의 가만이 앉이시고 방자에게 편지하여 의절(義絶)한다 하옵시면 젊은 년의 몸이 되어 사자 사자 하오리까 아들없는 노모를 두고 자결은 못허겄소. 독수공방 수절을 허다 노모당고(老母當故) 당허오면 초종(初終) 장사 삼년상을 정성대로 지낸 후에 소상강 맑은 물에 풍덩 빠져 죽을는지 백운청산 유벽암자(幽僻庵子) 삭발위승(削髮爲僧)이 되올는지 소견대로 나 헐 것을 첩의 마음 모르시고 말허고 우서서는 떼기가 쉽잖다고 금불이요 석불이요 도통하려는 학자신가 천언만설(千言萬說) 대답이 없으니 그게 계집의 대접이며, 남자의 도리시오. 듣기싫어 허는 말은 더허여도 쓸데없고 보기 싫어 허는 얼골을 더 보여도 병 되나니 나는 건넌방 우리 어머니 곁에 가 잠이나 자지.'
부뚜부뚜 일어스니, 도련님이 억색하야 춘향치마 부여잡고,
'게 앉거라 속 모르면 말을 마라 그럴 리가 있겄느냐 말을 허면 울 것기에 참고 참었더니 너의 허는 거동을 보니 울음 밑을 비저내니 어디 말을 허겄느냐.'
아니리
'속모르면 말 말라니 그 속이 웬 속이요 잠 속이요 꿈 속이요 그 속 몰라 답답하오. '
'네가 하 물으니 말이지 사또께서 동부승지 당상하야 내직으로 올라가신단다.'
'댁에는 경사났소 그려, 양반의 댁에서는 그런 경사가 나면 한바탕씩 우는 전례가 있소. 오 내가 아니갈까봐서? 도련님 먼저 올라가시면 나는 예서 세간등물 방매하야 노모와 걸어 갈 수는 없고...'
평중모리
'건장한 두패교군 밤낮없이 올라가서 남대문밖 칠패거리 유벽한데 쥔(主人) 정허고 도련님께 소식커든 도련님은 나귀타고 가만가만이 나와겨서 우리 둘이 만나본 년후에 날다리고 입성하야 일갓댁 협실이나 단정한 초가에나 내 거처를 헌 년후에 도련님 엄부형시하시라 자주 다닐 수는 없을테니 한달에 두 번씩만 다니시고 글공부 힘써하야 귀가댁 장가들어 벼살길 높이하여 외방출입을 다니실 제 날과 함께 다니시면 살이 썩고 뼈가 사라진들 그 정공이 어떻겄소'
도련님 속이 더욱 답답하야,
'네 말을 들어보니 세상이 모다 편타마는 그리도 못허지야 네가 만일 올라오면 만나보니 좋지마는 너를 어데 숨겨두고 남모르게 왕래헐 제 하나 알고 둘이 알어 점차전파(漸次傳播) 허게되면 오입장이들이 이 말을 듣고 기생으로 알게되면 내 아무리 양반인들 내 계집이니 그리말라 누구를 붙들고 말을 허며 오입장이 서울법은 새로 구슬드는 기생 서방 한번 내세우면 죽기는 쉽거니와 마단 말은 못허는 법이니 그런 말도 허지마라'
아니리
'오 그럼 나는 서울 같이 못가고 이별하자는 말씀이요 그려.'
'춘향아 양반의 법은 무슨 법인지 미장전에 외방작첩 하였다허면 사당참알도 못허고 베살질(벼슬길) 끊어지고 족보에 이름을 돌린다니 지금은 섭섭허나 아마도 훗 기약을 둘 수밖에 없다'
춘향이가 이 말을 듣더니 사생결단을 하기로 드는디,
진양조
분같은 고개는 제절로 숙여지고 구름같은 머리가닥 시사로 흘러지고 앵도같이 붉던 입술 외꽃같이 노래지고 샛별같은 두 눈은 동튼 듯이 뜨고 도련님만 무뚜뚜름히 바라보며 말못허고 기절을 허니 도련님이 겁이나서 춘향의 목을 부여안고 ,
'춘향아 정신차랴라! 내가 가면 아주 가는게 아니다.'
'무엇이 어쩌고 어째요 지금가신 그 말쌈이 참말이요 농담이요. 이별말이 웬말이요. 답답허니 말을 허오 우리 당초 언약헐 제 이별하자 말하였소 작년 오월 보름날의 소녀 집을 찾아와겨 도련님은 저기 앉고 춘향 나는 여기 앉어 천지로 맹세하고 일월로 증인을 삼어 상전(桑田)이 벽해되고 벽해가 상전이 되도록 떠나 사지 마자더니 말경(末境)의 가실 때는 뚝떼여 바리시니 이팔청춘 젊은 년이 독수공방 어이 살으라고 못허지 못해요. 공연한 사람을 사자 사자 조르더니 평생신세를 망치요 그려. 향단아 건넌방 건너가서 마누라님께 여쭈어라 도련님이 떠나신다니 사생결단을 헐란다 마누라님께 여쭈어라.'
아니리
건넌방 춘향모친은 초저녁잠 실컷 자고 춘향방에서 아고지고 소리가 나니 사랑쌈 하는 줄 알고 쌈 말리러 나오겄다.
중중모리
춘향모친이 나온다 춘향 어머니 나와. 건넌방 춘향모 허든일 밀떠리고 상추머리 행주초마 모냥이 없이 나온다. 춘향방 영창밖을 가만이 선뜻 올라서 귀를 대고 들으니 정녕한 이별이로구나. 춘향어머니 기가 맥혀 어간 마루 선뜻 올라 두 손뼉 땅땅!
'어허 별일 났네 우리 집에가 별일 나'
쌍창문 열다리고 주먹쥐여 딸 겨누며
'네 요년 썩 죽어라 너 죽은 시체라도 저 냥반이 치고가게 내가 일상 이르기를 무엇이라고 이르다냐 후회되기가 쉽것기로 태화(太過)헌 맘 먹지말고 여염(閭閻)을 헤아리여 지체도 너화 같고 인물도 너와 같은 봉황같이 짝을 지어 내 눈앞에서 노는 양 내 생전에 두고 보았으면 너도 좋고 나도 좋지 마음이 너무 도고(道高)허여 남과 별로 다르더니 잘 되고 잘 되었다'
딸 꾸짖으여 내어놓고 도련님 앞으로 달려들어,
'여보 여보 도련님 나도 말좀 허여보세 내 딸 어린 춘향이를 버리고 간다허니 무슨 일로 그러시요,군자숙녀 버리난법 칠거지악의 범찮으면 버리난법 없는 줄 도련님은 모르시오. 내 딸 어린 춘향이가 도련님 건즐(巾櫛) 받은지 준일년이 되었으되 얼골이 밉든가 행실이 그르든가 어느 무엇이 그르기에 이 지경이 웬일이요. 내 딸 춘향 사랑하실 적의 앉고 서고 눕고 자기 일년 삼백육십일 백년 삼만육천일 떠나사지 마자고 주야장천 어루다 말경의 가실제 뚝 떼여 바리시니 양류 천만산들 가는 춘풍을 잡어매며 낙화후 녹엽(綠葉)이 된 들 어느 나비가 돌아와 내 딸 옥같은 화용신(花容身) 부득장춘절(不得長春節)로 늙어 홍안이 백수된들 시호시호불재래(時乎時乎不再來)라 다시 젊든 못하느니 못허지 못해요. 양반의 자세허고 몇 사람을 죽이랴는가!'
중모리
춘향이가 엿짜오되,
'아이고 엄마 우지말고 건넌방으로 가시오. 도련님 내일은 부득불 가실테니 밤새도록 말이나 허고 울음이나 실컷 울고 보낼라요.'
춘향어모 기가 막혀,
'못하지야 아흐흐 못허지야 네 맘대로는 못하지야 저 양반 가신 후로 뉘 간장을 녹이랴느냐 보내여도 각을 짓고 따러가도 따러가거라 여필종부가 지중허지 늙은 어미는 쓸데가 없으니 너의 서방을 따러 가거라 나는 모른다 너의 둘이 죽든지 살든지 나는 모른다 나는 몰라!'
춘향어모 건너간 직후의 춘향이가 새로 울음을 내여,
'아이고 여보 도련님 참으로 가실라요 나를 어쩌고 가시랴오 인제 가면 언제와요 올날이나 일러주오. 동방작약 춘풍시의 꽃피거든 오시랴오 높다라는 상상봉이 평지가 되거든 오시랴오 조그마한 조약돌이 크드라는 광석이 되어 정이 맞거든 오시랴오 마두각(馬頭角)허거든 오시랴오 오두백(烏頭白)허거든 오시랴오 운종룡(雲從龍), 풍종호(風從虎)라 용가는데 구름이 가고 범이 가는데는 바람가니 금일송군(今日送君) 님 가신곳 백년소첩 나도 가지'
도련님도 기가 막혀,
'오냐 춘향아 우지마라 오(吳)나라 정부(征婦)라도 각분동서(各分東西) 임 그리워 규중심처(閨中深處) 늙어있고 홍문난간 천리 위에 관산월야 높은 절행 추월강산이 적막(寂寞)헌디 연을 캐며 상사(相思)허니 너고 나고 깊은 정은 상봉헐 날이 있을 테니 쇠끝같이 모진 마음 홍로(紅爐)라도 녹지말고 송죽같이 굳은 절행 니가 날 오기만 기다려라.'
둘이 서로 꼭 붙들고 방성통곡 설히 울제 동방이 히번이 밝아오니,
아니리
방자 충충 들어오더니
'아 도련님 어쩌자고 이러시오 내 행차는 벌써 오리정(五里亭)을 지나시고 사또께서 도련님 찾느라고 동헌(東軒)이 발칵 뒤집혔소 어서 갑시다.'
도련님이 하릴없이 방자 따라 가신 후 춘향이 허망하야
'향단아 술상 하나 차리여라 도련님가시는디 오리정에 나가 술이나 한잔 듸려보자.'
진양조
술상차려 향단 들려 앞세우고 오리정 농림숲을 울면 불며 나가는디 치마자락 끌어다 눈물흔적을 씻으면서 농림숲을 당도허여 술상내려 옆에 놓고 잔디땅 너른 곳에 두다리를 쭉 뻗치고 정강이를 문지르며
'아이고 어쩔거나 이팔청춘 젊은 년이 서방이별이 웬일이며, 독수공방 어이살고 내가 이리 사지를 말고 도련님 말굽이에 목을 매여서 죽고지거!'
자진모리
내행차(內行次) 나오난디 쌍교(雙轎)를 거루거니 독교를 어루거니 쌍교 독교 나온다 마두병방(馬頭兵房) 좌우나졸(左右邏卒) 쌍교를 옹위하야 부운같이 나오난디 그 뒤를 바라오니 그 때여 이 도령 비룡같은 노새등 뚜렷이 올라앉어 제상(制喪)만난 사람 모냥으로 훌적훌적 울고 나오난디 농림숲을 당도허니 춘향의 울음소리가 귀에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