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때부터 꼬였던 회사생활
진짜 현실에는 있어
오피스 와이프 허즈밴드
유부남 과장
사무실 여직원과
그렇고 그런 관계였던 거야
둘이 붙어 먹으려고
날 다른과로 보내
아무것도 모른 사회초년생
인사팀에서의 전화
정말 내가 원해서 과를 옮기냐던데
부서이동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하나 써달라네
그당시 인사팀장 역시나
여기 사업장 출신
갓입사한 나란놈이 뭘 알았겠냐
하란대로 써줬었던 메일
그렇게 옮긴 생산유닛
현장에는 미친놈
한명을 매일
보게됐고 그렇게
지옥은 시작됐지
십여년이 넘게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그 위에 시스템 차려놨네
그들만의 카르텔
대학 갓 졸업하고 온
신입이 뭘 알겠냐고
반복되는 업무
셀수없이 되풀이 해놓고 너넨
그 분야 도사 안됐으면
거 병신 아니겠냐
바보 머저리 취급해도 나 참았어
쌍팔년도 군대문화 폭언 욕설
그렇게 참은 3년
한국 회사 어딜가도 똑같고
여기서 못 버티면
어차피 다른데 가도 무너진다는
그 한마디 때문에
속이 망가지고 힘들어도
버텨왔던 과거
입사 첫해 주말마다
네시간이 넘게 오고다닌 거리
친구들과 가족들 앞에서
애써 괜찮은 척 했어
힘들어도 남들만큼이라 여기며
아픈만큼 얻는 게 있겠지
오직 앞만 보고
내자신만 믿고 지냈었네
그런데 지금 나한테 남은건 뭐지?
귀가 따갑게 들었던 말이 생각나네
공장의 꽃이 생산부라던 게
거 웃기지도 않는 얘기
품질 물류 기술
공무 서무, 어느 부서에도
환영받지 못했던 나의 지원요청
셀수없이 많은 갑질에
지쳐서 비굴해진 목소리
또 작업자의 불만
그들 아래 그 맨아래
있던 존재가 나였어
한여름과 한겨울
플라스틱 파렛트에 앉아
당연히 내 일인것마냥
박스에 난 라벨들을 붙였었고
지나가던 생산총괄 임원은
그걸 왜 내가 하냐 물었지
이미 이 고충은 과장들한테
얘기했으나 바뀐게 없으니
이걸 본 당신이
바꿔줬으면 했어
하지만 당신은 차 한 잔
마시고 말없이 사라졌어
그럴거 뭐하러 물어봤는지
매달마다 오는 월마감
퇴근시간은 열시였다고 항상
작년과 재작년
연말에는 항상 야근
고속도로에서 맞이했던 새해는
새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정작 눈앞은 깜깜했었지
공장생활이란 곡에서
작업자를 동정한걸 후회해
웃기지도 않아
대체 누가 누굴 동정해
지워지지 않는 상처
폐속에 쌓인 탄산칼슘 같어
면바지 위로 묻은 조색제와 폴리머
어떤 건 세척용제로도
잘 지워지질 않아
새해 소원이 있다면
이젠 밝은 노래를 하고 싶어
새로운 과장과 팀장
만난지 얼마 안 된 신입들
마지막 송별회에서의 건배사
괜히 분위기 잡치기 싫어
지금껏 고마웠단
뻔한 얘길 늘어놨네
갑작스레 그만두는 것처럼 보여도
난 여지껏 수없이
싸워왔다는 말을 집어삼키고
빠져나오니 내 손에 남은 건
사라진 20대와 상품권 두장이 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