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어느 가을, 어느 늦은 밤
어김없이 소주 한 잔 앞에 두고
멍하니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문밖에서 날 부르는 엄마의 음성
아들아, 이리나와 이것 좀 가져가렴
빈속에 술만 먹다 속 버린다
한참을 망설이다 거실로 나가보니
식탁 위엔 김이 나는 동태전 한 접시
아, 왜 난 몰랐을까 그땐
엄마의 그 따뜻한 마음을
아, 왜 난 못했을까 그땐
사랑한다고 너무 고맙다고
어릴 적 그 시절이 생각이 나요
모두가 삶에 지쳐 힘겨워 할 때
엄마가 끓여주던 수제비 냄새가
오늘 같은 이런 밤엔 너무 그립네요
아, 왜 난 몰랐을까 그땐
엄마의 그 포근한 마음을
아, 왜 난 못했을까 그땐
사랑한다고 정말 고맙다고
아, 그리운 어머니
왜 이리 서둘러 날 떠나셨나요
아직 못다 한 말이 너무 많은데
이젠 제 얘기가 재미없으셨나요
너무 보고 싶은 어머니
흔한 여행 한 번 같이 못가 죄송해요
이제 이 못난 아들 걱정일랑 마시고
부디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이젠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다시 만날 그날까지
엄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