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장 째야 거짓말도 힘들지만 아쉬운 내가 쓴다
몇 글자로 평가되고 몇 점으로 탈락해 일단 쓰자
이력서를 쓸 때마다 떠오르는 똑같은 감정들
여태까지 이영애 도대체 뭐하고 산 거니?
신체사항 백육십에 육십팔 키로
가족사항 명퇴 당한 아버지와 잔소리꾼 어머니와 싹수 노란 여동생과 나만 보면 먹으려고 달려드는 똥개 한 마리
경력사항 7년을 9년으로 뻥치고
자격면허 하나 없이 자격지심만
대체 어디까지 나를 적어야
내가 괜찮다고 믿어 주겠니
너를 볼 때마다 초라해지는
나의 지나온 시간들
다시 마음잡고 용기를 내도
작은 종이 한 장 채울 수 없어
취미특기혈액형종교 보지도 않을 것들만 써 내려간다
채울 수 없는 빈칸들 내 인생의 구멍 같아
내 맘과 다르게 웃는 포샵된 사진
이렇게 커다란 내 자신을
이 작은 이력서에 어떻게 담아
쓸수록 점점 작아지는 나의 모습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 나는 오늘도 꿈꾼다 내일을
내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