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어사 출도

김주리
앨범 : 김주리 판소리 다섯마당 - 춘향가

사령들이 달려들어 옆 밀거니, 등 밀거니, “어라 어라, 가난한 양반 옷 찢어진다. 나도 들어갈 양반이다.” 운봉이 보니 의복은 남루허나 행색이 다른지라, “네, 운봉 하인 게 있느냐. 저 양반 이리 모셔라.”
“안다, 안다, 운봉이 나를 아는구나.”
어사또가 자리를 얻어 앉더니마는, “어허, 하마트면 내가 먼저 당할 뻔 했구나. 자 좌중에 인사나 허옵시다. 저기 저 수석에 앉으신 분이 아마도 주인이신가 보오그려.” 액화을 당허랴거든 대답을 잘 헐 리가 있겄느냐? “젊은 것이 얻어먹을라면은 한쪽에 가만히 앉어 주는 대로 얻어먹고 갈 것이지, 인사는 무슨 인사?” “아니, 그 인사가 아니라, 오늘이 주인의 경연이신디, 날짜를 하도 잘 받었길래 그 인사 말씀이오. 여보, 운봉. 내 앞에도 술 한 상 갖다 주오.” 어사또 앞에 술상을 차려놨으되, 소박허기 짝이 없겄다. 어사또가 또 트집을 잡기로 드는디, “주박성효요, 관후입권이란 말이 있는디, 내 상을 보고 저 상을 보니 내 속에서 불이 나오 그려.” 운봉이 대답허되, “우리는 먼저 오고 손님은 후에 오셔서, 불시에 차리느라 조금 부족한가 보오. 잡수시고 싶은 것이 있거든 내 상에서 같이 잡숩시다.” “운봉도 동시 객이니 하실 염려 아니오. 저기 저 주인 상하고 바꿔 먹었으면 꼭 좋겄오.” 본관의 눈꼴이 오직허겄느냐. 거상풍류 길게 치고, 아름다운 기생들은 겹겹이 끼어 권주가 장진주로 엇걸어져 노닐 적에, 어사또 앞에는 기생이 하나도 없거늘, “여보, 운봉. 저 기생 하나 불러다가 내 앞에 권주가 한 꼭대기 시켜 주오.” 그 중에 기생 하나 운봉의 영을 거역치 못하여 부득이 나와 술을 권하는디,
“진실로 이 잔 곧 잡으시면 천만 년이나 빌어 잡수시리다.”
“옛끼 괘씸한 년, 너보다도 이 고을 예방이 더 죽일놈이로구나.” 어사또가 그 잔을 들고 벌떡 일어서더니, “자, 이 년이 날더러 이 술을 먹고 천만 년이나 빌어먹으라고 허였으니, 이 술을 나 혼자 먹고 보면 십대나 빌어먹어도 다 못 빌어먹겄으니, 좌중에 다 같이 나누어 먹고 당대씩만 빌어먹읍시다.” 허고 술을 쫙 뿌려노니, 이것 관장의 놀음이 아니라 바로 과객의 놀음이 되었구나. 본관이 보다 못하여, 젊은 것이 무식허리라 생각허고, “좌중에 통헐 말이 있소. 우리 음영 한 수씩 지어 일후의 유적이 되게 허되, 만일 못 짓는 자가 있으면 장을 때려 송출키로 헙시다.” 본관이 운자를 부르난디,
기름 ‘고’, 높을 ‘고’ 라.
차례로 글을 써갈 제, 어사또도 글 한 수 얼른 지어 운봉 주며, “과객의 글이 오죽허겄오마는, 보시고 고칠대가 있으면 고치시오.” 운봉이 그 글을 보시더니 풍월축 잡은 손이 흔들흔들, 곡성이 보시더니 낯빛이 새놀놀놀 해지며, 글을 읊으난디,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만성고라. 촉루낙시민루락이요, 가성고처원성고라.’
아이고, 이 글 속에 큰 일 들었소! 첫 서리 맞기 전에 어서 길 뜹시다.” 이렇듯 좌중이 요란헐 제,
뜻밖에 역졸 하나 질청으로 급히 와서 “어사또 비간이오.” 붙여노니 육방이 송동헌다. 본관의 생신 잔치 갈 데로 가라 허고 출두 채비 준비헐 제, 공방을 불러 사처를 단속, 포진을 펴고 백포장 둘러라. 수로를 불러 교군을 단속, 남여줄 고치고 호피를 얹어라. 집사를 불러 융복을 차리고, 도군을 불러 기치를 내어라, 도사령 불러 나졸을 등대, 급창이 불러 청령을 신칙허라. 통인을 불러 거행을 단속, 육지기 불러, 너난 살찐 소 잡고 대초를 지어라. 도감, 상 내어 하교상 채리고, 별감 상 많이 내어, 비장 청령청 착실히 보아라. 공양빗 내어 역인마 공궤, 도서원 불러 결부를 세세 조사케 차려라. 도군 불러, 군총을 대고, 목가 성책 보아라. 수형방 불러, 옥안, 송사, 탈이나 없느냐? 군기 불러, 연야가 옳으냐, 문서 있고, 수삼 아전 골라내어 사령빗 내어라. 예방을 불러 기생 행수에게 은근히 분부하되, 어사또 허신 모양, 서울 사신 양반이라 기생을 귀히 허니, 읍사희도 탈이 없이 착실히 가르쳐라. 이리 한참 분발헐 제, 이 때여 곡성이 일어서며, “내가 이리 떨리는 것이 아마도 오날이 초학 직날인가 싶으요. 어서 가봐야겄소.” 어사또 대답허되, “내가 시골을 오래 댕겼기로 초학 방문을 잘 알지요. 아 거 소하고 입을 맞추면 꼭 낫지요.” “그 약 중난허요마는 허여 보지요.” “수이 찾어갈 것이니 의원 대접이나 착실히 허오.” 운봉이 일어서며, “나는 고을 일이 많은 사람이나 부득이 왔삽더니, 어서 가봐야겄소.” 어사또 대답허되, “갔다왔다 허기 괴롭겄소.” “아니 뭣하러 또 오겄소? 상강으 관왕묘 제관이나 당하면 오지요.” “공문 일을 알 것이오? 내일 또 올란지?” 이 말은 남원 봉고란 말이로되, 본관이 알 수가 있겄느냐. 순천 부사가 일어서며, “나도 처의 병이 대단허여 부득이 왔삽더니 어서 가봐야겄소.” 본관 말할 틈 없이 어사또가 주인 노릇을 허기로 허는디, “영감이 소실을 너무 어여뻐 허신가 보구려.” “소실을 사랑치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겄소?” “혹 이 좌중에도 있는지 어찌 알아요? 수이 찾어갈 것이니, 환선정 놀음이나 한번 붙여주오.” 순천 생각에 어사또가 와서 출두헐까 염려되어 선생 하문을 흠치없이 내시는디, “내가 관동 어사를 지냈기로 팔경 누대를 많이 보았으나, 환선정만헌 디는 없습디다. 오시면 잘 노시게 허옵지요.” 어사또 생각에 “어, 이리 허다가는 이 사람들 굿도 못 보이고 다 놓치것다.” 마루 앞에 썩 나서서 부채 피고 손을 치니, 그 때여 조종들이 구경꾼에 섞여 섰다, 어사또 거동 보고 벌떼같이 모여든다. 육모방맹이 둘러메고 소리 좋은 청파 역졸 다 모아 묶어 질러 “암행어사 출두여! 출두여! 암행어사 출두하옵신다.” 두세 번 웨난 소리, 하늘이 덤쑥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수백 명 구경꾼이 돌담이 무너지듯 물결같이 흩어지니, 장비의 호통 소리 이렇게 놀랍든가? 유월의 서리 바람, 뉘 아니 떨겄이냐. 각읍 수령 정신 잃고 이리저리 피신헐 제, 하인 거동 장관이라. 수배들은 갓 쓰고 저의 원님 찾고, 통인은 인궤 잃고 수박등 안었으며, 수저집 잃은 칼자 피리 줌치 빼어 들고, 대야 잃은 저 방자 세수통을 망에 놓고, 유삼통 잃은 하인 양금 빼어 짊어지고, 일산 잃은 보종들은 우무 장사 들대 들고, 부대 잃은 복마마부 왕재섬을 실었으며, 보교 벗은 교군들은 빈 줄만 메고 오니, 원님이 호령허되, “워따, 이 죽일 놈들아! 빈 줄만 메고 오면 무엇 타고 가자느냐?” “아 이 판에 허물 있소? 사당의 모양으로 그냥 두 줄 우에 다리 얹고 그냥 업고 행차하옵시다.” “아이고, 이 죽일놈들아! 내가 앉은뱅이 원이냐?” 밟히나니 음식이요, 깨지나니 북장고라. 장구통이 요절하고, 북통을 차 구르며, 뇌고 소리 절로 난다. 제금 줄 끊어지고, 젓대 밟혀 깨어지고, 기생은 비녀 잃고 화젓가락 찔렀으며, 취수는 나발 잃고 주먹 대고 홍행홍행. 대포수 포를 잃고 입방포로 꿍! 이마가 서로 다쳐 코 터지고, 박 터지고, 피 죽죽 흘리난 놈, 발등 밟혀 자빠져서 아이고 아이고 우는 놈, 아무 일 없는 놈도 우루루루루 달음박질. “허허, 우리 고을 큰일났다!” 서리, 역졸 늘어서서 공방을 부르난디, “공방!” 공방이 기가 맥혀 유월 염천 그 더운디 핫저고리 개가죽을 등에 얹고, 자리 말아 옆에 찌고 슬슬슬슬슬슬 기어 들어오니, 역졸이 우루루루루루 후닥 딱! “아이고! 나는 오대 독신이오! 살려 주오!” “이놈! 오대 독신이 쓸 데가 있느냐?” 동에 번뜻허고 서에 번뜻허며, 보이는 놈 마다 어찌 때려 놓았던지 어깨쭉이 무너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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