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동네 사람들이 만류허며 “여보시오 봉사님 사자는 불가부생이라 죽은 사람 따라가면 어린 자식 어쩌시랴오 어서 가옵시다” 심봉사 할 일 없이 동인들께 붙들리어
(중모리)
집이라고 들어오니 부엌은 적막허고 방안은 텅 비었난디 심봉사 실성발광 미치는디 얼사덜사 춤도 추고 허허 웃어도 보고 지팽 막대 흩어 집고 이웃집 찾어 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혹 우리 마누라 여기 안 왔오” 아무리 부르고 다녀도 종적이 바이없네 집으로 돌아와서 부엌을 굽어보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 방으로 들어가서 쑥내 향내 피워 놓고 마누라를 부르면서 통곡으로 울음을 울 제 그 때의 귀덕어미 아이 안고 돌아와서 “여보시오 봉사님 아 이 아이를 보드래도 그만 진정하시오” “허허 귀덕이넨가 이리 죽소 어디 보세 종종 와서 젖 좀 주소” 귀덕어미는 건너가고 아이 안고 자탄할 제 강보에 싸인 자식은 배가 고파 울음을 우니 심봉사 기가 막혀 “아이고 내 새끼야 너의 모친 먼디 갔다 낙양동촌 이화정에 숙랑자를 보러 갔다 죽상제루 오신 혼백 이비 부인 보러 갔다 가는 날은 안다마는 오마는 날은 모르겠다. 우지 마라 너도 너의 모친이 죽은 줄을 알고 우느냐 배가 고파 우느냐 강목수생이로구나 내가 젖을 두고 안 주느냐 그저 응아 응아 응아” 심봉사 화가 나서 안었던 아이를 방바닥에다 밀어 놓고 “죽거라 썩 죽어라 네 팔자 얼마나 좋으면 아그 초칠 안에 어미를 잃어야 너 죽으며 나도 죽고 나 죽으면 너도 못 살리라” 아이를 도로 안고 “아가 우지 마라 어서 날이 새면 젖을 얻어 먹여주마 우지 마라 내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