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춘향이는 이리 앉어 울음을 우는디,
[자진모리]
내행차 나오려고 일초 이초 삼초 헐 제, 쌍교를 어루거니 독교를 어루거니 쌍교독교 나온다. 마두병방 좌우나졸 쌍교를 옹위하야 부운같이 나오는디, 그 뒤를 바라보니 그때여 이도령은 비룡같은 노새 등으 두렷이 올라 앉어 재상 만난 사람 모냥으로 훌쩍 훌쩍 울며 나오는디, 동림숲을 당도허니 춘향의 울음 소리가 귀에 언뜻 들리거날,
“이 얘 방자야, 이 울음이 웬 울음 소리냐?”
“도련님 귀도 밝소. 울음은 웬 울음소리가 나요?”
“이 자식아, 사정없는 소리 허지 말고 춘향이가 나와 우는지 어서 좀 가보고 오너라.”
방자 분부 듣고 충 충충 충충 갔다 나오는디, 이 놈이 도련님보다 더 섧게 울며 나오는디,
“어따 우는디 우는디.”
“아 이 자식아, 누가 그렇게 운단 말이냐?”
“누가 그렇게 울겄소. 춘향이가 나와 우는디 잔디를 뜯어서 밥을 허면 시 때는 히먹게 뜯어놓고 땅을 어찌 문댔던지 한질은 되게 파놓고 우는디 사람의 눈으로는 못 보겄습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