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날 찾아와서
모든 걸 다 적시고
내 마음도 짙어져
널 원할 때쯤에
이내 떠나가 버렸던
네가 아직 그리워
그때 조금 더
젖게 내버려 둘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너의 흔적들을
지우는 일
우리 함께였던 시간이
길지 않은데
넌 참 많은 걸
남기고 갔네
아직 하지 못한 말들이
너무 많아
네게 주지 못한 맘들
갈 곳을 잃었나 봐
조금만 조금만
내게 머물러서
모두 가져가 줄 순
없을까
후회 젖은 추억은
한껏 무게를 더해 가
혼자 짊어지기엔 버거워
나약해진 내가
억지로 삼켜 냈던
널 토해 내듯 부르다
네 기억 위로 지쳐
잠이 들죠
멋대로 날 찾아와서
모든 걸 다 적시고
내 마음도 짙어져
널 원할 때쯤에
이내 떠나가 버렸던
네가 아직 그리워
그때 조금 더
젖게 내버려 둘걸
너가 빠져 버린 하루에
채워진 공허함
또 숨 막힐 듯
날 몰아세우는 고요가
익숙해질 수도 있을까
무뎌진다는 건
괜찮은 게 아니라
참는다는 거
널 그리워할수록
더 잃어 가는 기분
모래를 움켜쥔 듯
흘러내리는 맘을
추스릴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너에게 잠겨
난 떠오르지 않아
엉망으로 흐트러져 취해
또 쓰러져
사랑은 흩어진 주제에
날 무너뜨려
언제까지
너를 견뎌 낼 수 있을까
어두워진 맘엔
빛이 들 수 있을까
모두 묻어 내고 싶다며
더욱더 파고들어 가
다 잊어 낼 거라며
더 선명히 새겨 가
피해 숨고 싶다며
도망치고 싶다며
오늘도 이별 그 주위를
서성이잖아
멋대로 날 찾아와서
모든 걸 다 적시고
내 마음도 짙어져
널 원할 때쯤에
이내 떠나가 버렸던
네가 아직 그리워
그때 조금 더
젖게 내버려 둘걸
널 그리워하는
만큼
쉽게 닫히지 않는
보랏빛 새벽
고요해서
더 크게 들리는
마음속 말들
보고 싶다
멋대로 날 찾아와서
모든 걸 다 적시고
내 마음도 짙어져
널 원할 때쯤에
이내 떠나가 버렸던
네가 아직 그리워
그때 조금 더
젖게 내버려 둘걸
갑작스레 내리는
소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