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말했다
공주님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무쇠 갓 쓰고
무쇠 지팡이 짚고
바리는 길을 떠났다
설산을 넘고
사막을 지나
바다를 건너갔다
이 저녁 세상 어느 모퉁이
가난한 어미들은
먼 길 가는 아이에게
가벼운 짐을 들려주네
더했다가 뺐다가
뺐다가 더했다가
더할 것도 없이 뺄 것도 없이
먼 길 가는 아이 손에
건네주는 그 가벼운 짐
모래바람 부는 아프리카
펄럭이는 난민촌 천막 안에서
연기 자욱한 미드이스트
폭격으로 무너진 폐허 위에서
히말라야 가까운 티베트
버터기름 불밝힌 곰파 안에서
바다를 건너야 할 아이들에게
사막을 지나야 할 아이들에게
설산을 넘어야 할 아이들에게
빵 몇 조각 옷 몇 가지
돈 몇 푼 사진 몇 장 그리고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는
몇 마디의 말
갈 수 있을까요
저 바다를 건너 모래바람 지나
총성과 폭음 속에 무사히
칼바람 부는 얼음산 너머
저 곳에 내가 갈 수 있을까요
언젠가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게 될까요
그 저녁 세상 어느 모퉁이
가난한 어미들이
먼 길 가는 아이에게
가벼운 짐을 건네줄 때
한없이 무거운
한없이 가벼운
그 약속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