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물결 끝내 바다에

한승석 & 정재일

저기 저 청산을 감고 도는
한 줄기 녹수는
송백수양 전해주는
무슨 사연 품었기에
임 그리듯 하소하듯
원망하듯 울음 울 듯
도란도란 너울 넘실
워리렁 꿜꿜 뒤둥그러져
너 나 우리 분별 없는
드넓은 바다 찾아
아래로 아래로만 흘러간다

가다가 잠시 보에 갇혀
봇물 되어 머물러도
뒤따라 달려오는
수백 수천의 물길
기다렸다 가득 차면
마침내 보를 넘어
저 광야로 넘쳐 간다

물길의 선두는
스스로 길을 찾고 감돌아가네
뒤이은 물줄기는
내어진 길을 따라
흐름을 얻는다네
가다가 잠시
암벽을 만나 돌아가거나
웅덩이에 잠깐
괴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저
흐름의 한 끝일 뿐
꺾인 게 아니라네
멈춘 것도 아니라네
도용도용 호호탕탕
도도한 물결의 흐름은
끝이 난 게 아니라네

물결이 물결을 잇고
흐름이 흐름을 끌어
뒤따른 다른 물결
끝없이 일어나 몰아칠 제
수천수만의 물길
한데로 합수쳐
산굽이 들굽이로
와당탕퉁탕
돌아들고 굽이쳐서
잔잔히 흘렀다가
스리스을쩍 층암절벽
휘들어 져
막힌 듯 터지고
헤쳤다가 다시 모여서
천방져 지방져 월턱져 구부져
거품이 북적 물너울이 뒤뚱
워르르르 꿜꿜 뒤둥그러지고
마주 쾅쾅 마주 때려
마침내 철벽이 무너지리니

아 이 물결 아득히
흐르고 흐르면
끝내 장강대하가 되어
산천을 바꾸리라
아 저 물결 끝내
바다에 이르러
검푸른 물결 속에
감도는 붉은 빛을 보리라

지금은 비록 물속에 잠겼으나
장차 밝게 떠오를
찬란한 태양을 보고야 말리라
사람의 일도 그러하리라
늘상 그러하여 나아가리라

아 아아

아득한 세월
아득히 먼 길
티끌처럼 수많은
생령들의 뜻이
어찌 이루어지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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