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또 그렇게 오겠지
어느 들판 위에서
헤매어 가는 한 이마 위에
문득 흩날리는 눈발처럼
내가 간 뒤에도
내가 오기 전에도
바위 틈을 적시며 흘러나와
고이는 샘물처럼
너는 또 그렇게 와서
조용히 반짝이고 있겠지
내가 있을 때에나
내가 없을 때에도
이른 봄 꽃들은 가슴을 열고
비 개인 초여름 새벽
깊은 땅 속에 잠들었던 매미들
검은 나무를 타고 기어오를 때
놀란 새들이 날아오를 때
그 가느다란 실핏줄 속으로
더듬거리며, 날갯짓하며
너는 또 그렇게 흘러가겠지
꽃들이 진 자리, 진물이 흐를 때에
가을 저녁, 메마른 그 가지 위에
마지막 울음이 흩뿌려질 때에
너도 그렇게 진득히 맺혔다가
너도 그렇게 아득히 흩어졌다가
그렇게 젖고 마르며
맻혔다 흩어져
만나고 또 헤어지며
흐르고 흐르고 흘러가겠지
흐르고 흐르고 흘러오겠지
내가 가면은 너도 가겠지
내가 오면은 너도 오겠지
내가 있으면 너도 있겠고
내가 없어도 너는 있겠지
그래
내가 없어도
너는 또 그렇게 오겠지
어느 봄날 아침에
선잠에서 깨어난 처마 아래
문득 흩뿌리는 빗방울처럼
그래
그렇게, 또 그렇게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