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도 없었지만 허전한 마음에
북적이는 주점에
둘러앉은 사람들
매캐한 연기 속에
요리를 기다리네
술잔을 잡으니 대화가 시작되네
한 번도 주연인 적 없었던 사람들
한 달을 기다려온
단비 같은 월급이지
이름은 있지만 이름 없는 사람들
모여서 있지만 외로운 사람들
오늘은 여기서 한숨을 토해내고
오늘은 여기서 위로를 마신다
목청은 높아간다
내 말을 들어 주렴
목소리 커져간다
내 얘길 들어 주렴
그토록 얽혀있던 복잡한 인생이
술 한 잔 안주 한 점
주고 받고 서로 권해
인간사 쉽구나
어려운 게 아니구나
맑은 술 한잔으로
얽히고 흩어지네
눈물은 방울방울
제 슬픔을 못 견디네
거절당한 영혼들이
여기다 모였지
말들은 시가 되고
시들은 노래가 돼
어차피 내일이면
기억도 하지 않아
오늘은 여기서 한숨을 토해내고
오늘은 여기서 위로를 마신다
목청은 높아간다
내 말을 들어 주렴
목소리 커져간다
내 얘길 들어 주렴
들어주렴 들어주렴
이야기는 반복되지
끝도 없는 이야기
했던 얘기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목청은 높아간다
내 말을 들어 주렴
목소리 커져간다
내 얘길 들어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