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입

조상현

도  창: (아니리)호남좌도 남원부는 옛날 대방국이라 동으로 지리산 서으로 적성강 남북강성하고 북통운암허니 곳곳이 승지요 산수정기어리어 남녀간 일색도 나려니와 만고충신과 관왕묘를 모셨으니 어찌 당당한 충렬이 아니 날 수가 있겠느냐 숙종대왕즉위 초에 사또 자제 도련님 한분이 계시되 연광은 십륙세요 이목이 청수하고 거지 현량허니 진세간기남자라 하루 일기 화창하야 방자불러 물으시되
이도령: (아니리) 이 애 방자야
방  자: (아니리) 예이
이도령: (아니리) 나 너의 골 나려온 지 수삼삭이 되얏느나 놀기 좋은 승지 강산을 모르겠구나 어디어디가 좋으냐?!
도  창: (아니리) 방자 대답허되
방  자: (아니리) 공부허시는 도련님이 좋은 경치는 찾어 뭣허시려오?
이도령: (아니리) 니가 모르는 말이로다 고래로 문장호걸들이 명승지는 다 구경하셨느니라 천하지제일강산 쌓인 게 글귀로다 내 이를 터니 한번 들어 보아라
이도령: (중중몰이) 기산영수 별건곤 소부 허유 놀고 채석강명월야으 이적선도 놀고, 적벽강추야월의 소동파도 놀아있고 시상리에 오류촌 도연명도 놀고 상산의 바돌 뒤는 사호선생도 놀았으니 내또한 호협사라 동원도리편시춘아니 놀고 무얼 할꺼나 잔말 말고 일러라
방 자: (아니리) 도련님 그리 하옵시면 자세히 아뢰리다 북문 밖 나가오면 교룡산성 대부암이 좋사옵고 서문 밖 나가오면 광한루 오작교 영주각이 좋사오니 처분대로 하옵소서
이도령: (아니리) 얘 거 니 말로 듣더라도 광한루가 제일 좋을 것 같구나 광한루로 구경가게 나구 안장 지어라
방  자: (아니리) 예이
도  창: (잦은몰이) 방자 분부 듣고 나구청으로 들어가 서산나귀 솔질하여 갖은 안장을 짓는다 홍영자공산호편 옥안금천황금륵 청홍사고운 굴레 상모 물려 덥벅달아 앞뒤 걸쳐 질끈 매여 칭칭 다래 은엽 등자 호피 돋움이 좋다 모담자 걸쳐 덮고 채질을 툭 쳐 돌려세워
방  자: (잦은몰이) 말 대령하였소
도  창: (잦은몰이) 도련님 호사헐 제 신수좋은 고운 얼굴 분세수 정히 하고 감태 같은 채 긴 머리 동백기름으로 광을 내어 갑사댕기 들였네 쌍문초 진동옷 창중추막에 도복 받쳐 분홍때 눌러 띠고 만석 당혜를 쫠쫠 끌어 방자야 나귀 붙들어라 등자 딛고 선뜻 올라 통인 방자 앞을 세우고 남문 밖 나갈 적 황학으 날개 같은 쇄금 당선 좌르르 피어 일광을 나리우고 관도성남 너른 길 호기있게 나가실제 기풍하으 나는 티끝 광풍 좇아 펄펄 날려 도화 점점 붉은 꽃 보보향풍뚝 떨어져 쌍옥제번 네 발굽 걸음걸음이 생향이라 일단선풍도화색 위절도적표마가 이 걸음을 당할소냐 향장수 오추마가 이에서 더할소냐 서부렁섭적 걸어 광한루 당도헌다
도 창: (아니리) 나귀등에 선뜻내려 광한루 위에 올라서서 사면 경치를 둘러보실 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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