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떠나고서 문득 아무렇지 않게 알아버렸다
그녀가 남기고 간 것이 잔뜩 비록 지가 준 건 없었지만
처음으로 키스했던 날 내 칫솔을 자기 것처럼 썼지
이따금씩은 내 카드도 썼지 결제 내역에 난 좀 놀랐어
꼭 보라길래 샀던 책들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단 걸작
끝까지 본 건 하나 없고 이젠 자리만 차지하는데
너와 같이 썼던 그 칫솔 오늘 한번 다시 써 봤어
그냥 치약 맛 밖에 없어 매운 치약 맛 밖에 없어
둘이 먹기에 딱 알맞던 밥집 둘이 가면서 단골이 된 술집
둘인 동안에 친해진 사람들 이젠 어떻게 만나야 하나
그녀가 떠나고서 문득 아무렇지 않게 알아버렸다
그녀가 남기고 간 것이 잔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