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전

김태균

무지와 질투 그리고 시대착오
역사적 반동세력들과 난 닮아있어
누군가의 눈에 누군가의 눈엔
나 또한 희망이겠지 지금 이 문화에 있어
이건 어쩌면 일제 강점기 독립 운동가
타협보다 죽음을 선택한 그의 이념과
약간 닮아있어 난 단지 이 음악에 있어
여기서 질문 지금 누가 살아남아 있어

내게도 꿈이 있었지
내게도 꿈이 있어
책상 앞에 묶여있던
내게 자유를 외치며
거짓으로 가득 찼던
내게 진실을 외치며
평생 비겁함을 강요받던
내게 정의를 외치며
바꿔놨지 나를
언제나 떠밀려 앞을 나아가던 나를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던 나를
죽은 듯이 서서히 잠들어가던 나를
일깨워주었네 더 중요한 무언가를
순수했던 나는 다 믿었는데
나는 그 단어들을 다 믿었는데
그 단어들이 여태 날 이끌었는데
이끌렸는데 그렇게 어느새
십 년이 지나고 나도
어른이 되어
결국 같은 자리에
마주 섰는데
나와 다를 것 없는
똑같이 비겁하고
타협을 일삼던 나와
전혀 다를 게 없다고

무지와 질투 그리고 시대착오
역사적 반동세력들과 난 닮아있어
누군가의 눈에 누군가의 눈엔
나 또한 희망이겠지 지금 이 문화에 있어
이건 어쩌면 한국 광주 민주화 운동가
빨갛게 물들어버린 그의 얼굴과
약간 닮아있어 난 단지 이 음악에 있어
여기서 질문 지금 누가 살아남아 있어

내 사상은 많은 적을 만들었지
그 적들이 날 만들었었지
변질 이유는 뻔하지 현실
돈, 여자, 가족을 들먹이지
변명 예전의 역사 그대로
변절 피에 흐르는 것 같아
비열함이 철철
난 밟지 않을 거야 과거와 똑같은 전철
난 떳떳하게 눈 감을 거야 믿어줘
허나 손가락질받지 열등감이라며
내 단어들이 전부 질투일 뿐이라며
날 꼰대로 취급해 찌질이 취급해
내가 가진 가치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무지와 질투 그리고 시대착오
역사적 반동 세력들과 난 닮아있어
누군가의 눈에 누군가의 눈엔
마지막 희망이겠지 지금 이 문화에 있어
이건 어쩌면 오늘 광화문 앞에
닿지 않는 목소릴 내는 그들과 같애
난 단지 이 음악에 있어
여기서 질문 지금 누가 살아남아 있어

아니 전혀 닮지 않았지
사실 나도 다르지 않았지
나 역시 현실에 굴복 침묵에 숨어
내 단어들은 서서히 물들어
더는 구분하지 못할 것만 같아 어떤 차이가
내 안에 남아있는지 흐릿해져 가지만
아직 변하기 전 타협하기 전
당신의 음악의 영향이 나에게 남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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