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열한 시 쯤 됐을까
느즈막이 눈을 떴지
습관처럼 핸드폰을
열어보니 꽤나 익숙한 문자 한 통
오빠 나 오늘 고등학교 친구들
만나 홍대 근처로 갈 거 같아
일어나면 전화해
통화 버튼을 눌렀지
언제 나가 아 지금 누구랑 혼자
저녁에 술 마셔 그래 술은 쫌만
먹고 이따 연락해 전화를 끊고
오늘이 날이구나
친구들한테 전화를
걸어보니 하는 말
나 바빠 다 일타령 밖에
아쉬운 맘 뒤로 허기가 몰려와
라면이나 먹고 다시 잠들어
눈 뜨니까 어느 새 밤 일어나
난 전활 들어 안 받아
한 통 두 통 그렇게 열다섯 통
시간은 벌써 새벽 두 시
어디야 너 당장 내 전화 받아
누구와 있냐고 내 전화 받아
어느새 밤은 깊어
새벽이 되어가네
전화 받아 줘 왜 안 받아
어디야 너 당장 내 전화 받아
누구와 있냐고 내 전화 받아
어느새 밤은 깊어
새벽이 되어가네
전화 받아 줘 왜 안 받아
밤새 술을 마시다가 아침 해 뜨고
집에 왔다 눈 뜨니 오후 두 시가
다 되었지 뭔가 찜찜하다
죄다 기억나질 않아
어젯 밤 4차 갔지 아마 모르겠다
끊긴 필름이 궁금하지만
대수롭지 않아 하며 넘기려는
그 순간 눈에 띄는 핸드폰
살아나는 뇌세포
기억나면 날수록
매섭게 날아오는 메테오 부재중
전화가 백 통
난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막 통화버튼을 눌러댔어
몇 분 안 되는 순간들이
출근길보다 긴 것 같아
뚜뚜거리는 수화음이
끝을 알리는 신호 같아
빌까 아님 뻥 칠까
고민하는동안 그녀가 받았어
내 전화를 안 받아
미안해 제발 내 전활 받아줘
다 내 탓이야 내 전활 받아줘
어느새 밤은 깊어
새벽이 되어가네 전화 받아줘
왜 안 받아
미안해 제발 내 전활 받아줘
다 내 탓이야 내 전활 받아줘
어느새 밤은 깊어
새벽이 되어가네 전화 받아줘
왜 안 받아
왔냐 앉아 너 무슨 일이기에
한숨만 푹푹 쉬고 그래
아 뭐 그냥 얘가 전화를 안 받네
열두 시간 쯤 됐나 어쩐지
아까 내 전화 단번에 받더라
어쨌거나 돌아버리겠네
열두 시간 쯤 됐네 나도 똑같구만
형도 여자들은 대체 왜 그런건데
뭐 남자들을 싹 다 껌으로 보는
안경이라도 쓴 건가
오 그러게 말야
언제나 말야 만약이란 건 없어
뭐든지 잘못은 절대 결코 다만
오직 단지 전부 내 탓 관둬
여자가 한 둘이야 꿇릴게 뭐 있어
우리가 무릎이야
너는 되고 나는 안 되고 그래
차라리 솔로가 낫겠어
그냥 끝낼 때 끝내더라도
무조건 져주진 않겠어
절대 오늘은 빌지 말자
남자의 자존심 잃지 말자
자기야 뭐하다 이제 전화해
걱정했잖아 술 많이 마셨네
미안해 노는데
내가 방해됐나보다
계속 놀아 갈 때 전화 해
자기야 미안해 화 많이 났어
미안해 내가 정말 잘못했어
일부러 그런게 아냐
배터리가 나갔어
진짜야 내 말 믿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