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게 단 한 번의
기적 같은 순간이 있었다면
그건 아마도 널 처음 만난 그때
만일 내게 잊고 싶은
지옥 같은 순간 있었다면
그건 아마도 널 떠나 보낸 그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내 모든 공간을 전부 너로
다 채워버려서
조금만 움직여도
난 너에게 부딪혀
조금씩 널 비워내야지
그래 그렇게 지워가야지
입술을 깨물고
다짐을 해봐도
시작조차 못하겠어
만일 내게 꿈보다
더 꿈같았던 순간이 있었다면
그건 아마도 널 처음 만난 그때
만일 내게 죽을 만큼
괴로웠던 순간이 있었다면
그건 아마도 널 떠나 보낸 그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내 모든 공간을 전부 너로
다 채워버려서
조금만 움직여도
난 너에게 부딪혀
조금씩 널 비워내야지
그래 그렇게 지워가야지
입술을 깨물고
다짐을 해봐도
시작조차 못하겠어
널 잊고 싶은 건지 아님
바래진 추억으로라도
널 안고 싶은 건지
그것도 아니면
다 거짓말처럼
다시 내게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그 미련이
돌아온 곳에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그 착각이
날 집어삼킨 건지
그래 버린 건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내 모든 공간을 전부 너로
다 채워버려서
조금만 움직여도
난 너에게 부딪혀
조금씩 널 비워내야지
그래 그렇게 지워가야지
입술을 깨물고
다짐을 해봐도
시작조차 못하겠어
한 걸음도 뗄 수가 없어
이 도시가 온통 전부
너로 다 채워져 있어
내 발길 닿는 곳마다
너의 흔적들이 눈에 밟혀
차라리 그리워해야지
그래 그럴 수밖에 없겠지
내 눈을 가리고 두 귀를 막아도
내겐 네가 보이고
너의 소리가 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