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사내의 화원

정태춘

날아가지 마
여긴 그의 햇살 무덤
너희 날갯짓으로 꽃들을 피워주렴
아무도 볼 수 없는 그의 영혼처럼
이 화원 누구도 본 적 없지
떠나가지 마
강변의 나비들이여
너희 명랑한 그 날갯짓 소리 그치면
풀잎 그늘 아래 꽃잎들만 쌓이고
그는 폐허 위에 서 있게 될걸
오 눈 먼 사내의 은밀한 화원엔
오 흐드러진 꽃
춤추는 나비 바람
날아가지 마
여긴 그의 꿈의 영지
모든 휘파람들이 잠들고 깨이는 곳
누구도 초대할 수 없는 새벽들의
단 한 사람만의 고요한 늪지
떠나가지 마
맑은 아침 나비들이여
옅은 안개 이슬도 꿈처럼 사라지면
거기 은빛 강물 헤엄치던 물고기들
그의 화원 위로 뛰어 오를 걸
오 눈 먼 사내의 은밀한 화원엔
오 흐드러진 꽃
춤추는 나비 바람
흐드러진 꽃
춤추는 나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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