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자 한 자를 들고나 보니 일은 매일이 고역인데
설레일 일 하나 없이 또 일주일이 지나가네
2)
이번 달도 별일이 없소 이천이년에 월드컵 때는
난리통에 옆이 사람이 손목이라도 스치더니
3)
삼월이라 꽃이 피고 동네 처녀는 삼삼한데
삼십줄이 넘어가니 말 석 줄 섞기가 쉽지가 않네
4)
그대 생각 잘못했어 삼삼한 처녀 말고
넉넉한 아낙네여도 내게 사람 줄 사람 없네
*
이번 생은 잘못 났어 뭘 해야 잘 풀릴까
고민해봤자 뭘 해도 안 된단 말이다
5)
오자 한 자를 들고나 보니 오리배 타고 한강 위에
오글대는 짝들을 보니까 오그라든다 오만상 찡그려진다
6)
육시랄 이내 팔자 육육에 삼십육살이 금방이요
유난만 떨다가 육십대가 될 때까지 계속 혼자려나
*
이번 생은 잘못 났어 뭘 해야 잘 풀릴까
고민해봤자 뭘 해도 안 된단 말이다
오오오오
오오오오
7)
칠자 한 자를 들고나 보니 칠월칠석에 견우 직녀
뺨칠만치 훤칠하고도 칠칠맞은 사람이 난데
8)
팔공산에 단풍놀이 팔짱껴줄 사람 없네
이 오빠 팔베개 베고 낮잠 자 줄 사람 없네
9)
허구한 날 방구석에서 구질구질 구차하구나
능구렁이로 살구 싶은데 욕구불만 노구로구나
10)
그대 생각 잘못했어 구렁인 뭔 구렁이요
십자수나 뜨면서야 조심조심 사십시다
*
이번 생은 잘못났어 뭘 해야 잘 풀릴까
고민해봤자 뭘 해도 안 된단 말이다 (x2)
오오오오
오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