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철모를 배개 삼아 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게 편지 한통을 전해주었습니다
고향에 두고온 내 유일한 여자친구
옥분이가 보낸 편지였습니다
반갑기도하고 놀랍기도하고
아무튼 나는 이상하게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보고픈 내 친구 그대여
이제사 안부를 전하옵니다
늦었다 허물 말고 반갑게 읽어 주길
소녀는 두 손을 모아 빕니다
*고향에 있을 때도
옥분이와 나는 언제나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언제부턴가 우리는
남자와 여자라는 생각을
떨어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옥분이를
사랑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일에 관해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무말도 안했습니다
보고픈 내 친구 그대는
용감한 우리의 국군이라오
어제밤 꿈길에는 가슴에 계급장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더이다
*옥분이를 생각하는 내 마음에 변화가 있듯이
나를 생각하는 옥분이의 마음에도
조금은 변화가 있었나 봅니다
고향을 떠나 내가 군에 입대하던 날
옥분이의 아쉬운듯한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옥분이는 편지 끝머리에
이렇게 예쁘게 적어 놓았습니다
보고픈 내 친구 그대여
떠날 때 말하리라 했던 것을
3년을 기다리는 나를 생각해서도
용감한 국군이 되어 오소서
이 마음 모두다 드리리
이 마음 그대에게 드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