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도련님이 춘향을 잘 보더니 춘향의 집도 잘 보것다.
“얘, 하고 사는 것도 한다는 사대부댁 같구나.”
[자진모리]
도련님 그 시부터 구경에도 뜻이 없고 글짓기도 생각 없어 무엇을 잃은 듯이 섭섭히 돌아와, 동헌에 잠깐 다녀 내아에 뵈온 후 책방으로 돌아와서 옷을 모두 벗어 걸고 침금에 비껴 누니, 몸은 광한루 앉은 듯 눈은 선연히 춘향을 대하는 듯 눈 감으면 곁에 있고 눈만 뜨면 간 곳 없네. 깊은 상사 회심병 어린 촌장 다 끊어져,
“아이고, 나 못 살것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