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부르며 찡그린 얼굴
그 뒤엔 내가 없었던 것 같아요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죠
당신의 눈엔 내가 짐 같았단 걸
부재중 전화처럼 지나가는 시선
나의 이야기는 닫힌 문 뒤에 있었죠
묻고 싶었어요, 나는 왜 여기 있는지
당신에게는 내가 투명했으니까
당신은 날 가르치지 않았죠
그저 존재조차 부정하려 했죠
내 이름은 당신의 기억 속
어느 구석에도 남아 있지 않을 테니까
어린 마음 속에 품었던 작은 기대도
날 선 말들로 무너져 내려갔죠
칠판 위 적힌 꿈 같은 단어들이
내겐 너무 먼 이야기였나 봐요
창문 너머로 흘러가던 따뜻한 풍경
그곳엔 당신도, 나도 없었죠
가끔은 나 자신조차도 잊고 싶었어요
당신이 보던 그 눈빛이 싫어서
당신은 날 가르치지 않았죠
그저 존재조차 부정하려 했죠
내 이름은 당신의 기억 속
어느 구석에도 남아 있지 않을 테니까
가르침이란 사랑에서 시작된다 했죠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걸 배운 적 없어요
내겐 교실이 아닌 전장이었으니까
외로운 전쟁에서 나 홀로 서 있었죠
이제는 부르지 않을 거예요
당신의 이름도, 그 차가운 목소리도
내가 증명할 거예요, 작고 초라한 내가
당신 없이도 빛날 수 있다는 걸
언젠가 당신이 날 기억하게 된다면
그땐 후회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내 이름은 내가 지켜낼 테니까
당신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