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천재가 아니란 건
그다지 슬픈 일은 아니었던 박치
아득하기에 가늠할 수 없는 높이
내려가기보다 올라가기가 덜 두렵지
수월했어 착실히 쌓아가 오를 탑
우선 머리 쳐박기가 원래 특기던 타입
다만 후 한숨 뱉고 뒤돌아 본 경치가
역시나 낮군 오른 줄 알았다만 누워
고개만 든 격 이런 날 숨겨
훔친 높은 자들의 품격 엉덩인 무겁게
비겁하게라도나마 숨 쉬고 싶었어
이 씨발 내 모든 걸 받쳐 만든 탑이 젠가
어젠가 다 쓰러졌더군 이제 어떡하지
난 아직 그 술자리 속 그때 영혼 변하지
않았는데 나 여전한데
그때 온몸에 털 세워가며 이걸로 살겠다던 난데
다시 일어나 다시
살아남으면 된다잖아 다시
다시 일어나 다시
바벨의 끝은 알았잖아 사실
내가 쌓은 탑이 바벨인지
몰랐다는 말엔 알 바 없지
꿈이라는 건 쌓아가는 듯해
노력은 재능이라 했던가
그 말은 무너짐 앞에 담대하게
담담함을 말하는 건가 그럼 난 어느 쪽일까
이겨낸 이들의 말은 티빌 타고
내게 닿아 왜 패배를 자꾸 일깨우는가
그 채널을 굳이 틀어놓고 숙인 밤
왜 성공은 다들 위로 올라가는 거라 말할까
난 됐어 땅굴을 파서 침댈 두더라도
네가 말하는 성공이 진짜 위에 달렸더라도
됐어 이렇게 살아가서 이걸 탑이라고
말하겠어 억지라고 해도 좋아 내 삶부터가 그런 걸
자극이 됐어 내 무너짐이
여기가 내 터 내 집 돌아와야지
초심을 잃지 않는 법 초심에 살아야지
자리가 만든다면 그럼 자릴 가꿔야지
다시 일어나 다시
살아남으면 된다잖아 다시
다시 일어나 다시
바벨의 끝은 알았잖아 사실
내가 쌓은 탑이 바벨인지
몰랐다는 말엔 알 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