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다 잠이 든다
갈새는 얼마 아니하야 잠이 든다
보름달이면 갈거이와 함께 이 언덕에서 달 보기를 하고
물닭도 쉬이 어느 낯설은 논드렁에서 돌아온다 해가 진다 돌아온다 잠이 든다
새우들이 마른 잎새에 올라 앉는 이 때가 나는 좋다
바람이 마을을 오면 그때 우리는 섧게 늙음의 이야기를 펴고
바람이 마을을 오면 그때 강물과 같이 세월의 노래를 부른다
이 몸의 매딥 매딥 잃어진 사랑의 허물 자욱
별 많은 어느 밤 강을 날여간 강다릿배의 갈대 피리
비오는 어느 날 아침 나룻배 나린 길손의 갈대 지팽이
모두 내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