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공소 1979년
비 내리는 질퍽한 길 따라서 한 아이가 출근하네
열다섯살 앳된 소년공이 공장 출근하네
작업개시 종소리가 울리고 윙윙 우는 기계소리
벼락치듯 튀는 용접불꽃 어린 가슴 휘감네
우~ 고참 형들 우~ 악다구니 군기잡기
우~ 어린 시다들의 서열 다툼
열다섯 소년공의 꿈
안전화도 안전모도 못쓰고 낡은 옷에 헤진 장갑
쇳가루에 피땀 범벅되어 하루 일당 1300원
아이의 꿈 기술자가 되는 꿈 하루 이틀 석달 넉달
아이 몸에 봄꽃 보다 먼저 핏빛 기름꽃 피네
고향 산과 들판을 맘껏 뛰어다녔던 푸른 가슴에 단단한 쇠뭉치가
반짝이는 쇳가루 시커먼 용접연기가
기 름꽃으로 피고 핏빛 기름꽃으로 피기를 몇 년
그제야 아이는 어엿한 노동자 노동자가 되었다
그 때야 아이는 야간 중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청계천 1970년
그가 어린 여공들 위해 불의와 부당함에 맞서 불의와 부당함에 맞서서
제 몸뚱이 스스로 불을 질러 온 몸이 횃불되어 외쳤던
그 맑은 영혼 불 타는 그 목소리가 들렸다
1983년 철공소에도 들렸다
그 맑은 영혼의 전태일 불타는 그 외침이 아이에게도 들렸다
전태일 당신 누군가
당신 영혼 마지막 그 외침이 오늘도 귓가에 맴도는데
반백년 세월 무심하게 흘러 아직도 당신은 없네
우~ 큰로기준법 우~ 노동복지 헛된 공약
우~ 고된 노동현장 변함이 없네
절벽 같은 노동자의 길 앞에 반듯한 이정표 세우고자
스스로 단단한 돌이 된 전태일 아직도 당신은 없네
불타는 당신 마지막 그 외침이 오늘도 귓가에 맴도는데
자본의 횡포와 탐욕의 성 앞에 여전히 당신은 없네
자본의 횡포와 탐욕의 성 앞에 전태일 당신은 없네
전태일 당신은 오늘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