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탈출기

오늘
앨범 : 어서오세요, 고양이 식당입니다 6
작사 : 오늘
작곡 : Mate Chocolate
“글쎄요.”
기다리던 답이라도 들은 듯
모르모트 씨는 신나게 말을 이어갑니다.
“불이요. 아주 큰불이 났소.
어떤 인간 하나가 도망을 치는 길에
내가 담겨 있던 통을 쓰러뜨렸지.
덕분에 달아날 수 있는 틈이 생겼고.”
“아.”
“그 통에서 살아남은 건
나뿐이었지만 그것도 다 운명
아니겠습니까?”
“비글 씨도 같은 방법으로
탈출했나 보군요.”
모르모트 씨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내가 제일 빨리 탈출했지만
시간이 별로 없었지요. 가까이에
있는 게 비글 녀석의 우리였고
선택의 여지는 없었소. 다들 문을
열어달라고 아우성이었지. 헌데
내 손이 넷뿐인 걸 어쩌겠어.
가까이에 있는 놈부터 살려야지.
그런데 문을 열어줘도 녀석은
나오지 않는 게 아니겠소? 그대로
실험실에서 잿더미가 되겠다는
듯이. 등을 딱 돌린 채 쳐다보지도
않았지.”
두툼한 연어가 빵보다 더 높이
쌓였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요.
“아무튼 무진 애를 썼지요.
고집불통에 말은 또 어찌나
안 듣는지. 내가 그래서 지금도
불 가까이에는 가질 않아.
기 꼬리 보입니까? 그때 실험실을
탈출하면서 그을린 꼬리에
아직도 털이 나질 않는다오.”
모르모트 씨의 민둥민둥한
꼬리를 보며 되물었습니다.
“원래 쥐는 꼬리에 털이
나지 않는 것으로 압니다만?”
“아니지!”
모르모트 씨의 얼굴이
험상궂게 변합니다.
“돋보기로 보면 확실히
보인단 말이지! 이쪽은 타서
털이 없고! 이쪽은 무성하고!”
전혀 차이를 느끼지 못했으나
그렇게 말했다가는
모르모트 씨가 꼬리를 아예
잘라서 보여줄 태세라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 지경이 됐는데도
달아나질 않겠다고 하니!
내가 속이 터져 안 터져!”
이야기를 듣는 사이에
재료가 꽉 들어찬 연꽃
연어 샌드위치가 완성되었습니다.
“거참 맛나 보이는군!”
샌드위치를 접시에 옮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모르모트씨가
입맛을 다십니다. 나란히 놓인
두툼한 샌드위치를 들고 주방을
나섭니다. 비글 씨가 곁눈질로
이쪽을 바라보는 기척이 느껴집니다.
모르모트 씨는 코를 들고
킁킁거리며 제 뒤를 따라옵니다.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군요.”
“…….”
비글 씨는 물끄러미 저와
샌드위치를 번갈아 바라봅니다.
대답을 하지 않았던 적은 많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던 적은 별로
없는데, 썩 좋은 기분은 아니군요.
“괜찮으시다면 한 번 맛을 보겠습니까.”
역시 대답 없이 조용히
샌드위치를 집어 듭니다.
뒤따라온 모르모트씨도
유아용 시트 위에 앉아
샌드위치를 냉큼 낚아챕니다.
“재료가 좋은데 당연히
맛이야 좋고말고!!”
와작-!
고소한 빵 사이로 로메인과
토마토가 씹히는 상쾌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눈을 감고
우물거리는 모르모트씨를
바라보던 비글 씨가 조심스럽게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뭅니다.
와작-!
“키햐! 맛이 끝내주는군!”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작약차를 담은 잔을 하나 들고
두 동물의 테이블 근처에 앉습니다.
남은 재료도 더 이상 방문할
손님도 없을테니까요.
“다음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엉?”
“탈출.”
“아하! 이 양반도 성격이 보통
급한 게 아니군! 이제 막
샌드위치를 좀 먹으려던 참인데!”
투덜거리는 것과는 달리 수다스러운
입은 바쁘게 우물거리며
샌드위치를 삼키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얘기했지?”
“꼬리.”
손가락으로 꼬리 끝을 가리키자
불에 댄 듯 화들짝 놀라며
모르모트씨가 말합니다.
“그래, 내 소중한 꼬리털! 무튼
타버린 꼬리털이야 어쩔 수 없고
뭐라고 지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탈출을 했소! 정말이지
위대한 탈출이었지.”
“그게 끝?”
“그럼?”
“탈출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
아닙니까?”
영화로 치자면 클라이막스가
이렇게 시시하게 끝나다니
평점을 1점도 주지 못할 이야기가
아닙니까. 두툼하게 추가로
썰어올린 연꽃 연어 뱃살이
몹시 아깝게 느껴질 무렵
모르모트씨가 마뜩잖은 듯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기억이 안 나. 연기를
마시고 기절했거든. 깨어보니
저놈이 나를 데리고 나왔더군.
아마 내 영웅적인 면모에
감격해서 목숨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한 거겠지. 대충 짐작은 가.”
“그럴까요?”
“뭐, 말을 하지 않으니 알 수 없지.”
이 모든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에도 비글 씨는 묵묵히
샌드위치를 먹고 있을 뿐입니다.
저 무거운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야말로 금싸라기
같은 것일 텐데 아무래도 아쉽군요.
“아마 내가 쓰러지지 않았다면
끝까지 그 실험실에 남아 있었겠지.
저 녀석은 그런 녀석이거든.
배신하지도 못하고 배신을
용서하지도 못하는.
제 목숨을 구하려던 나를 두고
볼 성격은 못되었다오.”
어쨌거나 실험실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비글 씨
덕분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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