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여 심황후 부귀는 무쌍이나 다만 부친 생각뿐이로구나.
일야는 옥란간에 비껴앉어 탄식을 허실적에
추월은 만정허여 산호 주렴의 비치어들제,
청천의 외기러기는 월하의 높이 떠서
뚜루루루루루 낄룩 울음을 울고 가니
심황후 기가맥혀 기러기 불러 말을 헌다.
“오느냐 저 기럭아. 소중랑 북해상의 편지 전턴 기러기냐.
도화동을 가거들랑 불쌍허신 우리 부친전 편지 일장을 전하여라.”
방으로 들어가 편지를 쓰랴헐제, 한 자 쓰고 눈물 짓고,
두 자 쓰고 한숨 쉬니,
눈물이 먼저 떨어져서 글자마다 수묵이 되니 언어가 도착이로구나.
편지 접어 손에 들고 문을 열고 바라보니,
기러기는 간 곳 없고 창망헌 구름밖의 별과 달만 뚜렷이 밝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