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딸 루나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글을 남긴다. 나는 과학자로서 나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우주는 얼마나 넓고 거대한가?
그 안에 생명은 우리 뿐일까?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내 생에 깨달을 수 있을까?
빛보다 빠른 것은 과연 없을까?
저 우주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평행 우주, 양자역학
모든 걸 관통하는 하나의 이론을 발견할 수는 없을까?
내 생에... 모든 걸 찾아왔지만
내가 아는 건, 이 세상의 천만분의 일 티끌만큼이나 되기는 할까?
그래서 떠나기로 했어
달 사람들을 따라 떠났어
마침내 미지의 세계에 첫 발을 들이는 벅찬 이 가슴이 황홀해
내 생에 모든 걸 알 수 만 있다면
나의 호기심,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그래서 난 내일. 달로 떠난다. 과학자로서 이 만큼 기쁜 순간은 없었다. 하지만 괴롭다.
아빠로서 이만큼 슬픈 순간은 없을 테니까. 이제 막 백일 지난 딸을... 내 딸 루나를 두고 가야 하니까.
커가는 모습을 볼 순 없을거야
첫 걸음마도 못보겠지
달리고 쓰러지고 넘어져 상처도 날거야 하지만
난 모두 볼 수 없겠지
나의 기억은, 네 모습의 천만분의 일 티끌만큼이나 되기는 할까?
하지만 떠나기로 했어
달 사람들을 따라 떠났어
그 옛날 미지의 바다 저 너머를 향해서 항해한 뱃사람들처럼
미안해, 너의 그 수 많은 표정을 난 볼 수 없겠지
그것이 나의 유일한 후회
내 생에 해 주지 못한 것
담아 둘 거야 나의 소원 가득 다 해
울지 말고 씩씩하게 커 줄 수 있겠니?
루나야 너에게 줄 것이 있단다. 이 목걸이가 널 지켜줄거야.
아빤, 혼자 달로 떠난 거였나요. 이 목걸이만을 남기고
괜찮아 달이 널 지켜 줄 거야.
아냐 괜찮지 않아. 아무 말도 없이 떠난 아빠
아무 말도 없이 떠나서 미안해
그리운 마음은 커지고
그만큼 미움도 더 커졌어.
달리고 쓰러지고 넘어져 상처도 났었어. 하지만, 괜찮아 난 씩씩하니까
괜찮지 않아! 아무 말도 없이 떠난 아빠
이제야 아빠가 어딨는지 알게 됐어
파란 달이 뜨면 돌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