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돈이라는 나라의 왕비 알타이아는 귀여운 아들
멜레아그로스를 낳았습니다. 어느 날은 장작이 타고 있는
난롯가에서 아이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어요.
그때, 운명의 여신들이 나타났습니다.
“이 아이는 난로의 장작이 다 타면 죽을 것이다.”
아들의 운명을 듣고 놀란 알타이아는 서둘러 장작에
붙어있는 불을 껐습니다. 알타이아는 타다 만 장작을
보물 상자 안에 고이 넣어 놓았어요.
“아들아, 영원히 타지 않게 잘 간직할 것이다.
건강하게 자라거라.”
멜레아그로스는 아주 듬직하게 자랐습니다.
그렇게 평화롭기만 하던 나라 칼리돈에게도
큰 근심거리가 생겼어요. 어디에서 온 건지 집채만 한
멧돼지 한마리가 나타나더니 온 나라를 뛰어다니며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멧돼지는 여신 아르테미스가 보낸 멧돼지였습니다.
칼리돈의 왕이 신들에게 제물을 바칠 때
실수로 아르테미스를 빼먹어서 화가 난 것이지요.
“멧돼지를 잡자! 칼리돈을 지키자!”
멧돼지를 잡기 위해 멜레아그로스와 외삼촌들을 비롯한
영웅들이 모였어요. 그중에는 아르카디아의 공주
아탈란테도 있었습니다. 영웅들은 창과 칼, 화살을 챙기고
함성을 지르며 멧돼지의 뒤를 쫓았습니다.
“저기다! 화살을 쏴라! 창을 던져라!”
영웅들이 모두 달려들어 화살을 쏘고 창을 던졌지만
보기보다 재빠른 멧돼지를 맞추긴 어려웠어요.
씽-
그때 바람을 가르며 멧돼지에게 꽂힌 화살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탈란테 공주가 쏜 화살이었습니다.
멜레아그로스는 멧돼지가 주춤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목 쪽에 창을 꽂았습니다. 멧돼지는 크게 소리 지르더니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멜레아그로스는 멧돼지의
가죽을 벗겨 아탈란테 공주에게 선물했습니다.
“공주가 쏜 화살 덕분에 멧돼지를 잡을 수 있었소.
감사의 의미이니 받아주시오.”
아탈란테가 가죽을 받으려 할 때였습니다.
“이런 좋은 가죽을 여자한테 주다니! 정신이 나간 것이냐?”
멜레아그로스의 외삼촌 두 명이 가죽을 빼앗아 들며
비아냥댔습니다. 무례한 외삼촌들의 행동에 화가 난
멜레아그로스는 칼을 뽑아들었습니다. 챙- 챙-
칼싸움 끝에 외삼촌들은 멜레아그로스의 칼에
죽고 말았어요.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왕비 알타이아는 눈물을 흘리며 화를 냈습니다.
“어찌 외삼촌들을 칼로 죽일 수 있단 말이야.
내가 그렇게 키웠던 것이냐.”
왕비는 오래전 넣어두었던 보물 상자 하나를 꺼냈습니다.
상자를 열자 운명의 장작이 옛날에 타다 만 모습
그대로 들어있었습니다. 알타이아는 그 장작을
그대로 난로 속으로 던져 넣었습니다.
“으악, 사람살려..!”
온몸이 타는 듯한 고통을 느낀 멜레아그로스는
돌아오는 길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장작은 금방 타서
재가 되었고, 멜레아그로스도 장작과 함께 숨이 멎었어요.
왕비 알타이아는 다 꺼진 난로를 눈물로 바라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후로 어떤 사람의
목숨이나 명예, 직업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일을
‘알타이아의 장작’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