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테살리아 지방 보이오티아 왕국은 왕인 아타마스와
왕비인 네펠레가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다정한 왕자 프릭소스와 귀여운 공주 헬레가 있었습니다.
행복하게 잘 살던 어느 날, 이웃나라 테베에 갔던 왕은
그 나라의 공주 이노에게 홀딱 반해 버리고 말았어요.
이런 이런, 그날부터 왕은 왕비인 네펠레를
미워하고 싫어하기 시작했어요
“난 이제 당신이 싫어! 날 그만 떠나!”
못된 왕의 구박을 이기지 못한 왕비 네펠레는 결국
궁을 나가 동굴 속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왕은 왕비가 떠나자마자 이노공주와 바로 결혼했어요.
새로운 왕비가 된 이노는 왕의 아이들인
왕자 프릭소스와 헬레가 거슬렸습니다.
“내 아이가 태어나면 왕위에 오를 수가 없겠는걸?”
프릭소스와 헬레를 쫓아내기 위해 이노는
사악한 음모를 꾸몄습니다. 이노는 먼저 백성들에게
싹이 나지 않는 볶은 씨앗을 나누어 주었어요.
백성들은 그 씨앗으로 열심히 농사를 지었지만
애초에 싹이 나지 않는 씨앗이니, 그 해 농사가 망할 밖에요.
“농사가 이렇게 싹 망해버린 적은 없었는데
대체 이유가 뭘까..”
큰 고민에 빠진 왕에게 이노가 귀띔했습니다.
“신의 노여움을 산 것이 아닐까요?
신탁을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좋은 생각이군. 여봐라!”
왕은 신하를 불러 신탁을 들어오라는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이노는 조용히 심부름 가는 신하를 붙잡았어요.
그리고 금덩이를 쥐여주며 말했습니다.
“내가 말한 대로 왕에게 전하여라.”
졸지에 금덩이가 생겨 신난 신하는
왕에게 신탁이라며 왕비의 말을 전했습니다.
“왕자 프릭소스와 공주 헬레를 재물로 바쳐야
농사가 다시 잘 될 것입니다.”
“뭐라고!? 아이들을 어떻게 죽인단 말이냐!
필요 없다! 썩 물러가라!”
자신의 계획이 먹히지 않은 이노는 금덩이를 받은
신하를 시켜 저잣거리에 소문을 내게 만들었어요.
“왕자와 공주를 제물로 바치면
다시 농사가 잘 될 것이라는 신탁이 있었다고 하오.”
“아니, 그런데 왕은 왜 아직까지 왕자와 공주를
제물로 바치지 않은 거야?”
“난들 아나, 왕은 굶어죽을 일이 없으니 그런가 보오.”
소문에 분노한 백성들은 성으로 돌진해 소리쳤습니다.
“백성들이 다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당장 왕자와 공주를 제물로 바치시오!”
왕은 백성들의 성화를 못 이겨
왕자와 공주를 제물로 바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한편, 동굴로 들어간 네펠레는 매일매일 눈물을 흘리며
제우스 신에게 기도했습니다.
“제가 없는 아이들을 보살펴주세요.
위험에 처하지 않게 도와주세요.”
네펠레의 간절한 기도를 들은 제우스는 황금 양을
땅으로 내려보냈습니다. 프릭소스와 헬레가
제물로 바쳐지려는 순간, 하늘에서 황금 양이
구름을 헤치며 나타났습니다!
“아니, 저게 뭐야!?”
“괴물이다, 하늘을 나는 양이야!”
금빛으로 빛나는 양을 보고 사람들은
기겁을 하며 도망갔습니다. 프릭소스와 헬레는
황금 양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왕과 이노 왕비는 멀어지는 황금 양을 바라만 봤어요.
남매를 등에 태운 황금 양은 끝없이 날아갔습니다.
산과 들을 지나 바다를 건너기 시작했어요.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날기 시작하자
어린 헬레는 겁에 질렸습니다.
“오빠, 나 무서워. 언제 도착해?”
“아직 더 가야 하나 봐.
헬레, 절대 밑을 내려다보지 마. 알겠지?”
“응, 알겠어, 오빠.”
황금 양은 더 높이 날았습니다.
헬레는 순간적으로 아래를 내려다봤어요.
“앗..!”
엄청난 높이에 당황한 헬레는 균형을 잃고
양의 등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헬레는 빠르게 바다를 향해 떨어졌어요.
“이랴! 양아, 내 동생에게로 가자!”
프릭소스는 빠르게 헬레에게로 양을 몰았지만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말았어요.
헬레는 깊은 바닷속으로 끝없이 빨려 들어갔습니다.
바다는 헬레를 삼킨 적이 없었던 것처럼
다시 잔잔해졌어요. 후에 이 바다는
‘헬레의 바다’라는 뜻으로 헬레스폰트라고 불렸습니다.
지금의 이름은 다르다넬스 해협이랍니다.
헬레를 잃고 황금 양을 타고 가던 프릭소스는
콜키스 왕국에 도착했습니다.
사정을 모두 들은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는
다행히 프릭소스를 환영해 주었습니다.
프릭소스는 콜키스의 공주 칼키오페와 결혼을 했어요.
그러고는 털가죽을 벗긴 황금 양을
신에게 제물로 바쳤습니다.
“신이시여,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금 양의 털가죽은 왕에게 바쳤어요.
“임금님, 저를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왕은 황금 양털을 잠들지 않는 용이 지키도록 했습니다.
“아무도 훔쳐 가지 않게 잘 감시하라!”
그런 황금 양가죽에게 신탁이 내려왔습니다.
“이 황금 양가죽이 있는 나라는 번영할 것이고,
잃어버리면 나라에 불행이 닥칠 것이다.”
신탁의 소문은 전 세계로 퍼져 너도나도
황금 양가죽을 빼앗으러 몰려들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잠들지 않는 용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지요. 영웅 이아손도
원정대를 이끌고 이 황금 양가죽을 빼앗으러
찾아오게 됩니다. 이아손이 누구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