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김 첨지는 마을에서
아주 인색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어.
"네 이놈!! 지금 쌀을 씻는 게냐, 버리는 게냐!
여기 두 톨이나 튀겨 나왔지 않았더냐!"
쌀을 씻다가 조금만 떨어져도 불호령이 떨어졌어.
하인들은 모두 언제 불호령이 떨어질까 불안했지.
김 첨지 자신도 신이 닳고 닳아 바닥에
구멍이 나도록 신었고 종이를 쓰고
벼루와 먹이 줄어드는 것이 아까워서 글도 쓰지 않았어.
어느 날 밤, 김 첨지는 손톱 발톱을 깎았어.
"이제야 시원하다. 그나저나.......
이걸 종이에 싸서 버리자면
또 종이를 써야 한단 말이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김 첨지는 깎아 내버린 손톱 발톱을
싸서 버릴 종이가 아까워서 밤에 몰래 화단에 던졌어.
"이렇게 던지면 될 것을 그간에
종이를 쓸데없이 버렸군그래."
만족스럽게 웃으며 김 첨지는 잠이 들었어.
다음 날이었어. 눈을 뜬 김 첨지는 소스라치게 놀랐어.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옆에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 누워있지 뭐야?
"으아악!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내지르는 소리에 사람들이 몰려오고
모두 한 바탕 난리가 났어.
방에서 두 명의 김 첨지가 나왔거든.
"에구머니나! 지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대체 누가 김 첨지야?"
사람들은 수군거렸고
김 첨지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
"내가 진짜다. 이 가짜 놈을 당장 끌고 가라!"
"무슨 소리! 누가 누굴 가짜로 몰아가는 게냐!"
두 김 첨지는 다시 싸우기 시작했어.
사람들은 어쩔 줄을 모르고 구경만 했어.
결국 두 김 첨지가 서로 진짜라고 우기다가
원님을 찾아 관아로 가게 되었어.
"원님께서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원님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어.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두 김 첨지를 모두 옥에 가두어라!"
시간을 벌기 위해서 원님이 두 김 첨지를 가두고
3일이 지났어. 3일째가 된 아침에 보니
한 김 첨지가 사라져 있었어.
"여기 좀 와주시오! 아무도 없소?
가짜 놈이 사라졌다오!"
진짜 김 첨지는 새벽부터 사람을 불러대며 채근했어.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도깨비가 둔갑한 건가."
"거참 해괴한 일 아니오?"
마을 모든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수군거렸어.
그리고 김 첨지는 3일 만에
홀쭉해져서 집으로 돌아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