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정말 빠르다.
한 학기의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새로운 계절의 바람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어.
한 여름에도 가을바람이 불던 커다란 나무 밑 그늘.
공부를 위해 갔지만 수다만 떨었던 도서관 앞 자판기.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연주를 들려주겠다며 들어 간, 옆 강의 동 피아노 연습실.
그리고 들려온 젓가락 행진곡.
그런 잔상들을 스쳐 지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아무도 없는 빈 강의실이었어.
기억나?
교수님의 강의와 칠판의 글자들보다 너의 손짓 하나에 더 집중 하던 그 봄.
우리의 수많은 얘기들로 꽃 피웠던 캠퍼스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