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시간이 남았다
물론 해야 할 일 있지만
내일 이란게 그저
혼자하는 일이라
지금은 버스 여행을
하기로 했다
저기 오는 것 중 멀리가고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번호로 보내고 보내 결국
초록색 88버스에
앉을 자릴 만들었다
오른쪽 맨 뒤 자리에서
밖을 보고
살짝 연 창으로
부는 바람이
행여 앞사람을 건드리고
있지는 않는지 쳐다본다
벌써 끝이 다 와간다
사람들 하나 둘 내린다
저기 운전기사와 나 사이
침묵이 흐르다가
어디까지 가냐란 말이 들린다
종점이요란 대답은
늘 어색하기만 하다
곧 아무 감정 없이
문은 열리고
처음 온 서남쪽에 낯선
공기를 들이킨 난
우두커니 돌아갈
버스를 기다린다
돌아갈 버스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