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장정일
그녀는 차차차를 춰요
그리고 왈츠를
기분이 좋을 땐 룸바
화가 날 땐 탱고
심심하면 삼바를 추지요
그녀는 춤의 대명사
열다섯에 사교춤을 익히고
열여섯에 탈춤의 어깨짓을 디스코에 응용하려 했지요
그리고 방녀녀 열일곱에 제 1방송국 전속무용수가 되죠
그녀에겐 애인이 있어요
매일 수염 자라나는 스무 살의 남자가
어느 날 종로를 걸어가는데
그가 다가와 한 마디 한 거에요
이것 봐 하룻밤 놀지 않겠어
그리고 칙, 담배를 피워 물었지요
그것 뿐이에요
요사이는 구질구질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그녀는 그가 좋았어요
둘이 팔짱끼고 걷는 중에도
얼마나 많은 여자애들이 그를 찝적거리는지
한눈이라도 팔면 금방 그를 놓쳐 버릴 듯했죠
그녀는 열여덟살
작은 아파트를 얻어 방금 말한 그 남자와 살림을 차려요
하지만 생활비는 그녀가 벌어 오죠
왜냐하면 그이는 직장을 갖지 않았어요
구속당하는걸 싫어하는 성미거든요
눈꺼풀이 잡혀 돌아오고
죽지 않을 만큼 주먹다짐을 받으며
매일 욕설을 얻어먹으며
그렇게 사랑을 갈취당하면서
어쩔 수 없이
당연하게
그녀는 차차차를 춰요
그리고 왈츠를
기분이 좋을 땐 룸바
화가 날 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