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도 없이 찾아왔어
계절은 언제나 내게 친절하지 않아
그 무례함에 말 한마디 못하고
옷장을 뒤적이고 있어
이젠 볼품없어져 버린
오래 전에 입던 그 옷을 꺼내 입어보다가
주머니 속 작은 떨림에 꺼내어 보니
그날의 흔적
그 시절 뭐 그렇게 즐거웠는지
뭐 그리하고픈 말 많았었는지
고갤 돌리면
날 바라보며 웃는 네 얼굴이
너무 예뻐서 앞도 못 보고 걸었는데
그랬는데
혼잣말이 늘었어
네게 하고팠던 말
너무 많이 남아서
그 시절 뭐 그렇게 즐거웠는지
뭐 그리하고픈 말 많았었는지
고갤 돌리면
날 바라보며 웃는 네 얼굴이
너무 예뻐서 앞도 못 보고 걸었는데
하루가 어쩜 그리 짧았었는지
바래다주는 길은 얼마나 또 아쉬웠는지
너와 나의 대화가 결코 마를 날이 없었던
그 계절이 왔어
절대 놓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이렇게 돼 버려서 미안해
그 시절 뭐 그렇게 힘들었는지
너보다 중요한 게 많았었는지
생각해보면
네가 원한 건 금방 식어 버릴
그 뜨거움이 아닌 따뜻함이었는데
하루가 어쩜 이렇게 길어진 건지
뒷모습이라도 다시 보고 싶어져
너와 나의 마음이 결코 마를 것 같지 않던
그 계절이 왔어
인사도 없이 떠나갔어
이별은 언제나 내게 친절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