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머리맡에 전화기를 들고
예전에 늘 하던 대로
너의 이름을 눌러
앞 글자 몇 개만 눌러도
영리한 내 전화기는 널 금방 기억해
조금 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요즘 부쩍
마음이 허해서인지 널 자주 찾아
사실 모두 보고 있어
네가 알면 싫어할지 모르지만
네가 먹은 음식 바다로 간 여행
오랜만에 보는 네 친구는
결혼을 했더라
내 험담은 이제 하지 않겠지
나 없이 잘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아
헤어진 후에야 보이는
네 환한 웃는 모습
그게 너무 미안해 그래
그렇게 잘 지내줘
못 마시던 술이 제법 늘었나 봐
술자리가 자주 있는 걸 보니
집에 가는 길 데리러 오라고
떼를 쓰던 네 모습이 생각나
네가 만난 남자 새로 바꾼 머리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런 내 모습 너는 알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 가던 그곳 거긴 왜 간 거니
혹시나 너도 요즘에
내가 그리운 걸까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혀
지워진 우리 사진들을 떠올려봐
날 떠난 후에야 행복해 보이는
너의 일상
그게 너무 서운해
그래 그렇게 잘 지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