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부타령 - 봉복남
아니 아니나 놀진 못 하리라
어지러운 사바세계 의지할 곳 바이 없어
모든 미련 다 떨치고 산간벽절을 찾아가니
송죽바람 쓸쓸한데 두견조차 슬피우네
귀촉도 불여귀야 너도 울고 나도 울어
심야삼경 깊은 밤을 같이 울어 새워볼까
오호 한 평생 허무하구나
인생 백 년이 꿈이로다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아니나 놀진 못 하리라
만학천봉 층암절경 머리 숙여 굽어 보니
구만장천 걸린 폭포 은하수를 기울인 듯
비류직하삼천척은 예를 두고 이름인가
해금강 총석정에 죽장 놓고 앉아보니
창파에 나는 백구 쌍거쌍래 한가롭다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아니나 놀진 못 하리라
간주중
아니 아니나 놀진 못 하리라
백구야 날지마라 널 잡을 내 내아니다
성상이 버리심에 너를 좇아서 내 왔노라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요만하면은 넉넉하지
일촌간장 맺힌 설움이 부모님 생각 뿐이로다
어찌타 나는 지금 이런 광경을 당하고 있으랴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아니나 놀진 못 하리라
젊어 청춘 고운 자태 엊그젠 줄만 알았더니
오늘 보니 늙었구나 검던 머리 희어지고
곱던 얼굴 추악하여
무주객의 그네들은 원수야 원수가 아니다
백발이 모두 다 원수로다
세월아 가지 말어라 아까운 내 청춘 다 늙는다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아니나 놀진 못 하리라
꿈아 무정한 꿈아 날과 무슨 원수길래
오는 임을 보냈느냐
가는 임을 붙들어 두고 잠든 나를 깨워주지
지금 쯤은 잠을 자느냐 앉았느냐 누웠느냐
부르다 못해 지쳤구나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아니나 놀진 못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