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줄기 바람되어
가을속으로 불어 가는 곳
하얀 구름 먼저 와서
그곳에 있었네
산에 있었네
온갖 좋은 것 길러 품고
조용한 미소로 들으시네
천년세월도 큰 뜻 앞에선
들꽃 스치는 바람일뿐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으나
사람이 산을 찾지 않네
내가 한 줄기 바람으로
머물다 가는 곳
속리 속리산
단풍잎 떠가는 선유계곡에
문득 밤송이 툭 떨어지네
안개 흐르는 산 허리에
둥그렁 댕그렁 범종 소리
가신 님들 돌보시고
우리의 심정 맑게 하소서
한 걸음 한 걸음
맑은 걸음
비우고 낮추어 걷는 걸음
산 아래 세상아
작은 세상아
언제나 사랑이 가득하길
도는 사람을 멀리 않으나
사람이 도를 멀리 하네
우리가 창공에 구름되어
무심히 흐르는
속리 속리산
이슬 반짝이는 아침 햇살에
잠이 덜 깬 고추 잠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