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흙같은 밤 하늘이 조금 뒤엔 밝아 올테니
멈춰 섰던 배들은 이윽고 닻을 끌어 올릴 시간
비어버린 잔 하나를 강물속에 던져 버리고
귀찮은 듯 하품을 삼키며 자, 떠나볼까
뒤뚱뒤뚱 떠내려 가는 작은 조각배 위에 앉아
물결이 뱃머리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저 세상 속으로, 아니 어쩌면 저 세상 밖으로
때로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기웃기웃 거리며
언젠가 또 한번 너와 걸었던 그 강가 가까이
우연히 내가 지나쳐 갈 때까지 흔들흔들
출렁이는 물결 위엔 어느샌가 부서지는
햇살 삐걱삐걱 정든 노래처럼 노를 저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