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정인, 윤종신

아무리 옷깃을 올려도
파고 들어오는 냉기에
입김을 다시 얼굴에 부빈다
아무도 주위에 없어서
나를 바라보지 않아서
웅크린 내 몸이 그렇든 말든
뿌예진 안경이라도
내 몸을 녹일 수만 있다면
그놈의 집도 들어갈 수 있어
얼어붙은 혀가 뭐라고 하던
몸이 녹으면 후회할까
얼어 죽을 용기도 없이
그 길을 걸을 생각을 했냐고
살갗 좀 아려 온다고
발이 좀 무감각해진 것 같다고
덜컥 겁이 나서 안주 한 걸까
그냥 좋은 게 좋은 게 아닐까
이 계절은 꼭 날 찾아와
뼛속 나약함을 확인시켜줘
굳이 고된 나를 택했던
내 사람의 눈 바라보게 해
까마득한 이 계절의 끝
너무 아득해 아득해
밤이 찾아오면 누군가
스산하게 귀에 속삭여
이 계절은 여기서 머물라고
여기서 그냥 살라고
더 가봤자 거기서 거기라고
여기까지 온 게 대단하다고
이젠 짐을 풀고 수다 떨자고
이 계절은 꼭 날 찾아와
한낱 이기심인 듯 느끼게 해줘
굳이 고된 나를 택했던
내 사람의 눈 바라보게 해
까마득한 이 계절의 끝
너무 아득해 아득해
오르막을 넘어 찾아온
이 바람 살을 도려낼 듯한데
굳이 걷는 나를 택했던
내 사람은 계속 가라 하네
까마득한 이 계절의 끝
결국 올 거야 올 거야
녹듯이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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